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3월 31일] 30억달러 vs 2조4,000억달러

'30억달러 vs 2조4,000억달러.' 무슨 숫자일까. 앞의 수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갖고 있는 돈다발이고 뒤의 것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쟁여놓은 외환보유액이다. 느닷없이 양국 중앙은행의 금고 얘기를 꺼내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 숫자는 중ㆍ미 양국이 최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위안화 저평가 문제, 무역 불균형 등의 본질을 함축하고 있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30억달러는 사실 수치상 의미가 없다. 미국은 세계 통화패권을 장악한 달러화 발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인쇄소에서 달러화를 찍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인쇄소에서 윤전기를 돌리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미리 긴급용으로 찍어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양국의 쟁점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인 2조4,000억달러다. 이 돈은 중국이 수십년간 악착같이 수출해 이문을 남겨 미국이 발행한 달러화를 차곡차곡 긁어 모은 것이다. 달리 말하면 미국이 중국에 달아놓은 빚이다. 중국이 열심히 일해 달러를 벌고 미국은 빚을 져 중국 제품을 사주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계속되면서 만들어진 숫자다. 하지만 글로벌 서브프라임 사태로 거덜난 미국이 경제회생의 돌파구로 위안화 절상을 통 한 수출확대를 외치면서 문제가 꼬여버렸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중국은 통화주권의 문제라며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도 싸움에 가세하며 점입가경인 국면이다.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몰아세우며 미국이 강하게 시정 요구를 하도록 주문한 반면,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미국이 더 이상 빚을 수출하지 말고 내핍 생활에 나서며 저축률을 늘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쪽 주장은 모두 일면 맞고 일면 틀린 부분이 있다. 중국은 평가절상을 통해 무역불균형 시정 노력을 해야 하고 내수 확대에도 힘써야 한다. 미국도 중국을 겨냥한 환율조작국 발언을 아무 때나 늘어놓기보다는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자제하고 미국산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수출을 늘려야 한다. 양국이 앞으로 계속해서 상대방의 아픈 부분만 손가락질하며 감정적 대립각을 세울 경우 파국 이외에는 길이 없다. 일방적 주장은 무역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하며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 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