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로마 타임캡슐' 폼페이 유물을 만나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벽화·조각·장신구 등 299점 전시

남근 장신구·성교벽화는 '15禁'

정원이 그려진 폼페이의 벽화는 융성했던 당시의 귀족문화를 보여준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사라진 옛 문명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문명이 찬란한 절정의 순간에, 어느 날 갑자기 혹은 불운한 이유로 사라져 버렸을 경우 후세 사람들의 궁금증과 상상력은 증폭된다. 지금은 사라졌으나 한 때 융성했던 옛 로마제국 폼페이의 문화를 타임캡슐처럼 보여주는 특별전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전이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에서 9일 개막했다.


기원후 79년 8월 24일 이탈리아 남부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로 고대도시 폼페이는 한순간 사라져버렸다. 불운한 사건이었으나 화산재에 덮인 도시는 1748년 시작돼 지금도 진행 중인 유적 발굴 때까지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다. 1997년 폼페이의 유물은 통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번에 선보인 벽화와 조각,장신구 등 폼페이에서 출토된 299점의 유물은 2,000년이 지난 오늘날의 문명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정교해 당시 로마제국의 화려한 도시문화와 예술적 수준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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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주요 유물로 귀족의 대저택을 장식하던 벽화들이 있다. 정원을 그린 그림에는 신화의 한 장면과 실제 건축양식을 반영한 기둥 등이 표현돼 있는데 폼페이인의 뛰어난 조형감각을 알려준다. 바닥을 장식한 모자이크 타일은 집주인의 권력이 클수록 더욱 작은 조각으로 섬세하게 제작됐다. 폼페이의 귀족문화는 화려하지만 지나치지 않았다. 오히려 과도한 장식을 천박하게 여겨 장신구들은 재료 특성을 부각해 만들었다.

또한 폼페이에는 다수의 목욕시설이 있어 사교의 장으로 이용됐는가 하면 성(性)에 대한 표현과 묘사에 적극적이었다. 주택 내부 곳곳에서 성적 흥분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성교장면 벽화가 발견됐기에 전시장 한쪽 붉은 방은 '15금(15세 이하는 부모동반 하에 입장가능)' 전시실로 마련됐다. 귀족 침실의 벽화는 성생활의 활력을 위한 목적이었던 반면 유곽의 성행위 장면은 매춘부의 특기를 고객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남근을 악마에 맞서는 행운의 상징물로 여셔서 이를 과장한 조각과 장신구도 다양하다. 화려한 생활상을 지나 폼페이의 죽음의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전시장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쭈그린 채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남자 등 자연의 위엄앞에 나약했던 인간의 모습이 복원조형물로 볼 수 있다. 내년 4월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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