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무료 책 쿠폰’까지 등장…출판계 ‘편법 마케팅’ 기승

대형출판사·서점 손잡고 반값 할인·상품권도 증정<br>"도서정가제 유명무실화 시장 왜곡해 공멸 자초"

출판 시장에서 편법 마케팅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순위가 바뀌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며 신간 무료쿠폰을 나눠주는 이벤트까지 등장할 정도로 편법 마케팅이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 떠돌던 무료 쿠폰 웹 페이지는 논란이 불거지자 삭제됐다.

"교보문고에서 책 한권 공짜로 주네요. 교보문고 들어가셔서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검색하면 쿠폰 등록하는 곳이 나옵니다. 거기에 일련번호 입력하시면 쿠폰 하나 발행되고요. 결제 시 쿠폰 적용하시면 무료로 책 한 권 받으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한 인터넷 카페에 등장한 글이다. 1일부터 2일 오전까지 진행된 이 이벤트는 신간 책을 쿠폰 번호만 입력하면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타고 빠르게 인터넷에서 확산됐다. 출판계 대형업체들의 무분별한 '편법 마케팅'이 출판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를 교묘히 피해가는 방법으로 전폭적인 할인 이벤트를 펼치거나 책을 구입하면 상품권을 나눠주는 이벤트에 이어 이제는 아예 무료로 책을 나눠주는 이벤트까지 등장했다. 특히 대형 출판사와 서점이 손잡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들이 앞장서서 출판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도 넘는 편법 마케팅=출간한 지 두 달도 안된 신간을 무료로 나눠준 사례는 출판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무료 이벤트가 진행된 후 이 책은 지난 4일 인터넷 교보문고의 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같은 날 예스24ㆍ인터파크 등 다른 온라인 서점의 일간 베스트셀러에는 10위권 내 이름도 올리지 못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 관계자는 "이 이벤트는 출판사 주도로 열린 것이라 무료 증정 이벤트를 몇 권이나 실시했는지 밝힐 순 없다"며 "이벤트 수량은 판매부수에 집계하지 않았지만 홍보가 됐기 때문에 1위에 올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베스트셀러 순위 밖에 있던 책이 갑자기 1위에 오른 것은 이벤트 수량을 집계에 포함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할인 대신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도 등장했다. 한 인터넷 카페에서 진행중인 이 이벤트는 역시 대형 출판사와 대형 서점이 공동 실시하는 것으로, 아직 정식 출간도 되지 않은 소설을 구매하면 5,000원의 적립금과 1만원권 문화상품권을 준다. 정가가 1만 3,800원인 이 소설을 구입하면 돈을 오히려 더 버는 셈이 된다. 또 과다한 책값 할인 경쟁을 억제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도서정가제'는 출간한 지 18개월 이내의 신간(실용서와 초등생 학습참고서 제외)은 10%를 초과해 할인할 수 없지만 일부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신간과 구간을 묶어 '반값 할인'을 실시해 도서정가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이 같은 이벤트가 횡행하면 독자들은 책에 정가를 지불하는 데 갈수록 인색해 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출판 시장의 공멸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마케팅' 이름 아래 골병 드는 출판계=지난 6월 중견 출판사 '생각의 나무'가 부도처리 돼 출판계에 충격을 주었다. '생각의 나무'는 김훈의 베스트셀러 소설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를 비롯해 다양한 교양서를 펴낸 출판사였다. '생각의 나무' 뿐 아니라 다른 중소 출판사들도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출판업계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대형 업체들의 무분별한 할인 경쟁과 편법 마케팅은 출판계를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고경대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장도 "무료 쿠폰 등을 배포한 것은 명백한 시장 왜곡 행위"라며 "특정 서점과 출판사가 함께 벌이는 이 같은 이벤트는 공정거래에 저해되는 행위로 볼 수 있고 신간의 파격적 할인은 도서정가제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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