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주식보다 채권·'재정거래'로 이중차익 늘어

일시 유출땐 환시장 교란<br>■ 달라진 국내 핫머니 패턴


정부는 최근 국내에 들어오는 핫머니 성격을 어느 때보다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에서 채권 쪽으로 투자처를 급속히 바꾸고 채권 투자 모형도 달러를 아예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이른바 '재정거래'를 통해 '이중차익'을 남기려는 세력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채권시장은 물론 외환시장 전체가 교란될 수 있다"며 "주요20개국(G20) 차원의 중장기적인 규제책과 별개로 최근의 핫머니 성격에 대한 분석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라지는 핫머니의 모형=올 들어 핫머니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가 달라졌다. 우선 유입 경로가 변화됐다. 통상 저리의 달러를 빌려 신흥국에 투자하는 달러캐리 트레이드는 주식에 많이 치우쳐왔다. 하지만 신흥국, 특히 우리나라의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초 이후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에는 주식과 채권의 외인 투자 비중이 8대2 정도로 압도적이었지만 최근에는 6대4 정도로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채권을 5조6,000억원어치 순매수, 보유잔액이 59조2,000억원에 달하면서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채권 투자 방식이다. 지난해까지 외국인 투자가들은 국내 채권시장에 투자할 때 환전하지 않았다. 즉 달러를 들여와 국내 스와프시장에서 달러를 빌려준 뒤 원화를 빌려 채권에 투자하는 구조였다. 무위험 차익거래, 다시 말해 저리의 달러를 빌려와 국내 채권시장에서 이자차익을 거둬들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러를 아예 원화로 환전하는 재정거래 형태가 눈에 많이 띄고 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해 원화에 베팅하는 방식이 채권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중 상당 부분이 핫머니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외국인이 보유한 잔존만기 1년 이내 채권 비중은 10개월 만에 최고인 65%까지 증가했다. ◇높아지는 위험도… 긴장하는 당국=문제는 이 같은 투자 패턴이 시장의 변동성과 위험성을 한층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외인 자금이 지난 2008년처럼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유통시장에 충격을 주고 채권 가치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앞으로 시중금리 상승 흐름과 맞물릴 경우 오름폭을 키우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투자 형태가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재정거래인 점을 감안하면 외환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투자자금 형태 분석과 별개로 국제적인 단기 투자자금 규제책에 대한 논의의 틀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변동환율제여서 구조적으로 굉장히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1월 다보스포럼에서 밝힌 '글로벌 금융안전망(Global Financial Safety net)' 구축을 주도하는 한편 외화 레버리지 규제 도입과 외국은행 국내 지점에 대한 규제, 나아가 토빈세까지도 국제적인 논의의 흐름에 따라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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