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정부에 협조 실익챙기기 나설듯
삼성그룹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았다고 보고 본격적인 대정부 관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그 동안 삼성과 정부는 지속적인 재벌 개혁을 놓고 불편한 관계가 지속됐던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본부 폐지 압박,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일련의 개혁 정책이 사실상 삼성을 겨냥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참여연대 등의 전방위 압박에 대해 공공연히 불만을 터뜨려왔다.
하지만 이번 회동에서 정부 정책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정부와 화해 무드 조성을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후계 구도 안착, 에버랜드 CB 발행 등 굵직굵직한 그룹 현안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정부와 갈등을 빚어서는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앞으로 참여정부의 재벌 개혁에 협조하는 대신 실익을 챙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에버랜드의 비금융 자회사 주식의 매각 기간 1년 유예, 탕정 기업도시 건설 지원 등 '당근'도 얻어냈다. 삼성이 공식 논평을 통해 "우리 경제가 잘 되도록 하는 큰 틀 안에서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경제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실리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입력시간 : 2004-06-14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