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은 23일 중국이 참여한 가운데 베이징에서 3자 회담 첫 회의를 가졌으나 쟁점 현안에 대한 의견 차이만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북한의 리근 외무성 미주담당 부국장, 중국의 푸잉 외교부 아주국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여한 이날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한은 핵 문제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생존권 위협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면 핵 개발에 대한 미국측 우려를 해소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개진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북한 핵 문제와 관련, “대화형식에 구애 받지 말고 평화적으로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안보관련 장관ㆍ보좌관 간담회에서 북ㆍ중ㆍ미 3자 회담 및 남북 장관급 회담 관련 보고를 받고 이 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다자든 양자든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우리의 회담 참여 문제는 명분 보다는 실리적 결과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작은 3자회담으로 했으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선 다자회담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대화성공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정세현 통일, 윤영관 외교통상, 조영길 국방장관 등과 라종일 국가안보, 반기문 외교, 김희상 국방보좌관이 각각 참석했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