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1월 6일] 오바마 경제정책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미국의 경제정책은 정부개입을 중시하는 민주당 정책노선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수출 주도형의 한국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주목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성장을 위한 감세정책을 통해 재정적자를 유발했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대체적으로 약세로 유지되며 교역조건이 강화돼 국제시장의 확대가 유도됐다. 반면 민주당은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을 맞춰 증세정책을 통한 재분배정책으로 미국 국내소비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균형재정을 유지하려고 한다. 따라서 달러는 대체적으로 강세로 유지되고 이에 따라 교역조건이 악화돼 국제수지 악화를 막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전통적인 공식이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지 여부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 관심사라 할 수 있다. 오바마 후보는 짧은 상원의원 기간 동안 경제이슈에 있어 전통적인 민주당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는 전반적으로 기업ㆍ시장ㆍ성장ㆍ자유무역에서 노동규제ㆍ형평ㆍ보호무역으로 정책적 비중이 이동되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 후보는 특히 경제정책에 있어 첫째, 정부개입을 통해 성장의 과실을 보다 광범위하게 분배하고 둘째, 공정성을 근거로 자유무역협정을 수정하며 셋째, 부시행정부 기간 동안 심화된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조세제도, 특히 부시행정부에서 단행된 조세감면제도를 개혁할 것을 공약했다. 구체적으로는 연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조세감면혜택을 축소하고 저소득자에 대한 조세감면을 확대하는 한편 고소득자에 대한 사회보장세율 인상을 주장했다. 한편 미국 내 경제악화로 인해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 후보는 노동조합의 강화와 기존의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을 공약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노동조합 의사결정의 비밀투표요건을 삭제할 것을 공약해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미국 내 정책결정에 반영될 것이고 따라서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의 의회비준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이 기존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노동과 환경기준을 이유로 정책기조가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정책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환경정책에 있어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용기준, 저탄소연료 사용기준 등 규제적 수단의 강화와 함께 1,500억달러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연구개발(R&D), 직업훈련, 환경관련 신기술의 시장화를 위한 벤처캐피털 펀드를 조성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할 것을 공약했다. 또한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경매를 통한 배출권 거래제도의 도입을 공약하고 있지만 민주당정책노선에 따라 원자력발전소증설에는 반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후화된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대규모투자와 함께 의료보장제도의 확대강화도 약속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전체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재정투입을 요하는 공약들을 내놓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균형재정에 초점을 맞춘다고는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 내에서 민주당이 상ㆍ하원 모두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의원들 개개인의 지역사업에 대한 재정수요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부시행정부의 감세안이 오는 2010년에 만료되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의 증세도 2011년 이후에나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분간 미국의 재정적자가 지속되고 이로 인해 미국의 교역조건이 강화된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도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한미FTA나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전망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무역 분쟁을 일으킨다면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논의 중인 국회의 한미FTA 조기비준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조기비준을 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부문 등을 위주로 재협상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리고 만약 조만간 재협상을 요구해오지 않는다고 하면 상당 기간 미 의회에서 비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당 정부가 공화당 정부에서 체결된 협정을 원안대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것은 지지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한미FTA 비준이 절실한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성이 있다. 즉 우리 국민을 설득하는 것 뿐 아니라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와 의회 지도자들을 직ㆍ간접적으로 접촉해 한미FTA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비준노력과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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