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말 아끼고 입 조심하자

재능이라고는 별 볼일 없는 가수가 집안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노래를 불렀다. 그는 제 목소리에 반해 자신의 노래가 매우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한 그 가수는 극장에서 공연하면 수많은 청중의 박수 갈채를 받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노래를 너무나 형편없게 불렀으므로 우레와 같은 환호는커녕 사람들의 욕설과 돌팔매질을 받으며 쫓겨나고 말았다. 이솝우화의 한 대목인데 우리 주변에도 이 가수처럼 어리석은 허풍선이, 실력도 없이 쓸모없는 말만 앞세우는 사람은 많다. ●말이 곧 인품의 잣대 그런데 이처럼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일수록 남의 충고는 듣기 싫어하니 문제다. 이런 사람은 입을 열 때마다 자신의 짧은 식견과 경박한 인품이 드러나는 것도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모름지기 사람은 말을 아끼고 입 조심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말이 곧 그 사람의 품격을 알려주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말을 줄이고 입 조심하라는 속담도 많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말하지 않는 것이 득이다’ ‘말에도 값이 있다’ ‘말은 적을수록 좋다’ ‘말은 할수록 늘고 되질은 할수록 준다’ ‘말이 미우면 줄 것도 안 준다’ ‘말 잘하는 사람은 거짓말도 잘한다’ ‘말 잘하는 아들 낳지 말고 일 잘하는 아들 낳으랬다’ ‘말이 아니면 대답도 말랬다’ ‘말이 씨가 된다’ ‘말 한마디했다가 본전도 못 찾는다’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등 일일이 소개하기 어렵게도 많다. 말조심에 관한 속담이 왜 이렇게 많을까. 말이란 자칫 잘못 나오면 그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역전시킬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구화지문(口禍之門)-‘입은 재앙의 문’이라는 고사성어도 있고 구시상인부(口是傷人斧)-‘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와 같다’는 고사성어도 생겨난 것이다. 한번 입 밖으로 나간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아서 다시는 주워담을 수 없다. 특히 말이 많고 쓸데없는 말로 말썽을 자주 일으키기 사람일수록 말수를 줄여야 한다. 잦은 설화(舌禍)는 본인 자신의 기품과 체신만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므로 남보다 더 한층 입을 조심해야 한다. 대인 관계에서 말을 삼가야 할 경우는 많지만 국가와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일수록 특히 언행 언동을 신중히 해야 한다. 이들의 말과 행동이 사람들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각나는 대로 내뱉은 경솔한 언동 때문에 국익을 해치고 국가의 위신을 깎아내릴 수도 있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지도층 인사일수록 대인 관계나 국제 관계에서 믿음을 주도록 남보다 몇 배나 더 노력해야 한다. 신의의 근본은 진실하고 성실한 언행 언동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무슨 말을 하든지 말을 하기 전에 이 말을 해도 좋은가. 혹시 이런 말을 하면 국민이나 우방에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슬기로운 배려가 필요하다. ●지도층일수록 언행 신중해야 말만 앞세우는 지도자, 걸핏하면 쓸모없는 허튼소리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의 장래는 희망도 없고 불안하다. 족제비 한 마리가 대장간에 숨어들어가 줄칼이 맛있는 음식인 줄 알고 핥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줄칼을 핥아댔으니 이내 혓바닥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래도 어리석은 족제비는 줄칼에서 뭔가 얻은 게 있는 줄 알고 좋아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혓바닥이 몽땅 잘려 없어지고 말았다. 역시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자기 노래가 듣기 좋은 줄 착각하는 가수, 쓸모없는 헛소리로 자기 혀를 버리는 족제비 같은 멍청한 사람이 지도층에 있다면 매우 곤란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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