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입지조건은 선택 활용능력은 필수

[아시아의 중심국이 되자] 2. 천혜의 입지, 끝없는 가능성'천리마도 주인 잘못 만나면 비루먹은 말.' 지난 3월21일 새벽 미국 뉴욕에서 최기선 인천시장과 세계적인 부동산투자회사인 G&W의 스탠리 게일 회장, 고학봉 포스코건설 사장은 인천 송도 매립지 국제비즈니스센터 단지 건설에 총 127억달러(약 16조5,000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도 놀랍지만 단지개발 규모가 167만평에 달하는 이곳에 지상 60층 규모의 국제무역센터와 대형호텔 4곳, 첨단 오피스빌딩 69개동 등을 세우겠다는 청사진의 크기에도 놀랐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과거의 공장(일본)과 현재의 공장(한국), 미래의 공장(중국)이 몰려 있는 글로벌 산업단지의 중심부 자체가 천혜의 입지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북한ㆍ중국ㆍ일본의 인구를 합하면 약 15억명에 이른다. 인류역사를 통틀어 이만한 배후인구를 갖는 국제적 공업지역이 형성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정학적으로는 15억 거대시장의 중심부다. 세계가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동북아시아를 꼽으면서 국제투자자본이 한국을 본격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관건은 이 같은 천혜의 조건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것. 이틀이 멀다 하고 담당공무원이 바뀌고 집행시기 역시 차일피일하다 어느 순간 백지화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입지조건과 그럴 듯한 청사진을 제시해도 기다릴 사람들은 많지 않다. 미국계 금융기관의 CEO인 L씨는 "한국이 싱가포르나 홍콩ㆍ타이완ㆍ상하이보다 지리적 조건이 열악해서 아시아 허브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며 "지리적 조건은 선택항목일 뿐 정작 중요한 것은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ㆍ발전시킬 역량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아시아의 허브=코리아'가 되기 위한 의지나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여객운송 기준 세계13위의 공항으로 자리잡았다. 화물처리실적은 세계6위다. 이 정도면 대단한 성과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오는 2007년께면 화물처리기준이 세계3위에 오르고 2010년에는 미국의 멤피스공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까지 자신했다. 과연 그렇게 쉬운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외국계 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아닌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지역 출장길이라면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항로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실토한다. 잠깐 경유한다 해도 볼 것이 있고, 살 것이 있으며, 들르고 싶은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바로 '그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남북한간 철도연결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시베리아 대륙과 중국대륙으로 뻗어가는 육로의 시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에서 유럽까지 뱃길로 한달 보름이 걸리던 화물운송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하면 1주일로 단축된다. 통관까지 4일 정도 잡아야 하는 중국도 육로가 연결된다면 반나절이면 된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한일 해저철도 건설을 적극적으로 희망해왔다. 제대로만 된다면 하늘(공항)과 바다(항만), 육로(철도ㆍ도로)를 망라하는 3차원의 길이 한국을 중심으로 열리는 셈이다.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이 갖춘 천혜의 입지조건은 해상왕 장보고 이후 단 한번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며 "대륙의 시작이면서 바다의 출발점인 지정학적 조건이 가능성에서 현실로 옮겨갈 때 한국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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