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재건축 평형 배정 무효판결 大法서 확정땐 재건축 올스톱 위기

수익성 낮아져 사업 포기·장기 표류 불가피<br>'반포 주공2'등 수도권서만 62개단지 달해<br>소형 평형 매수세 늘며 대형과 가격차 줄어


법원이 잇따라 ‘재건축 평형 배정 무효판결’을 내리면서 전국의 재건축단지에 초비상이 걸렸다. 만약 판결이 대법원에서까지 확정된다면 재건축사업의 기본 틀이 송두리째 바뀌기 때문이다. 현재 공사 중인 단지는 예정대로 일반 분양이나 입주를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관리처분 단계의 아파트에서는 수익성 저하로 인해 재건축 자체를 포기하거나 사업이 장기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 소형 소유자 손 들어줘=반포 주공2단지는 당초 59㎡(18평형) 1,230가구와 82㎡(25평형) 490가구를 82~208㎡(25~63평형) 2,767가구로 재건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로 도입된 재건축 규제와 용적률 등이 적용되면서 규모가 2,444가구로 줄었다. 소형과 대형은 일부 늘었지만 중간 규모 가구가 감소하면서 59㎡ 조합원 상당수는 자신이 원하는 규모의 집을 배정받지 못했다. 이에 반발한 조합원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그들의 손을 들어준 것. 재판부는 “기존 59㎡와 82㎡ 조합원 중에 82㎡ 조합원에게만 우선권을 준 것은 조합원들 사이에 본질적인 차별이 초래된다”며 “기존 관리처분계획안이 형평성에 현저히 반하므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지난 6월 있었던 과천 주공3단지의 항소심도 이와 같은 내용으로 기존에 가장 작은 43㎡(13평형) 조합원이 가구 배정에 불만을 품으면서 비롯됐다. 법원은 두 차례 모두 형평성과 비례의 원칙을 중시하며 소수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판결을 내렸다. 모든 조합원이 자유롭게 원하는 규모를 선택하고 경쟁이 있을 경우 추첨하는 방식 등을 택했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없었다는 게 법원 측 판단이다. 이전까지는 재건축을 할 때 대지지분을 고려해 기존의 큰 평형 소유자에게 평형 선택 우선권을 줬다. 그렇다 보니 재건축 전에는 6~10㎡(2~3평)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재건축 후에는 가격 차가 수억원씩 발생했다. ◇반포 주공2 정상 입주도 불투명=당장 이번 판결로 반포 주공2단지는 내년 10월께 있을 후분양과 정상적인 입주(오는 2009년 7월 예정)도 불투명해졌다. 반포 주공2단지의 한 조합원은 “결국 법원이 우리쪽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본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누가 승소하든 대법원 판결까지 갈 것으로 보여 정상적인 사업 진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천 주공3단지도 내년 7월 말 입주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번 소송이 판례로 굳어질까 비슷한 조건의 단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결국 모든 단지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내색은 하지 않지만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거나 이주ㆍ철거, 공사 중인 단지는 총 62개 단지, 조합원 수만 3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 중 대다수가 반포 주공2단지, 과천 주공3단지처럼 관행대로 주택 배정을 했다. 상당수 단지에서는 기존 소형 소유자의 소송도 진행 중이다. 만약 이들 아파트가 관리처분계획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면 재건축 조건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재건축은 그동안 작은 문제가 발생하거나 새로운 규제가 생길 때마다 사업이 지연됐다”며 “지금의 상황이 재건축 추진을 더욱 더디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전 절차가 무효로 인정돼 임대주택 의무비율, 개발부담금의 대상이 되고 분양가상한제까지 적용 받을 경우에는 아예 사업 포기를 주장하는 조합원도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개포 주공 49㎡를 가진 사람이 고작 82㎡로 늘어난다면 동의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특히 중층 단지의 1대1 재건축 같은 경우에는 아예 재건축사업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값에도 영향=법원의 판결로 재건축 아파트값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소형 배정 가능성으로 과거 인기가 떨어졌던 소형 매물을 찾는 매수세는 늘었고 가격 부담이 큰 매물은 호가가 하락 중이다. 넓은 평형의 아파트를 받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굳이 무리해서 비싼 집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집값 격차도 좁혀지는 분위기다. 개포동 태양공인의 정지심 사장은 “소형 보유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물이 일부 회수됐다”며 “매수자들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돈을 더 들여서 큰 평형을 살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이런 판결이 쌓여가면 앞으로 재건축 투자 성향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며 “평형간 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오히려 가격이 싼 소형에 투자자가 더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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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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