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유럽등 금융 투명성 강화에 '조세피난처' 고전

투자자본 감소·규제등 직격탄<br>케이먼군도·맨섬등 고사 직전<br>제조업 육성등 위기탈출 부심


금융위기 진원지 중 하나로 지목된 조세피난처(텍스 헤븐)가 각국의 금융규제 강화로 인해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금융위기로 몇몇 '텍스 헤븐'들은 더 이상 '세금 회피'를 무기로 한 국제금융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 주요 '텍스 헤븐' 일대가 금융위기 이후 가열되고 있는 선진국의 투명성 강화 정책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케이먼 군도, 버뮤다, 파나마, 맨섬, 모나코 등 전 세계의 소국과 군도 일대 들은 각종 면세 조치로 국제 자금을 끌어 모으며 자국 경제를 부양해 왔다. 이들 조세피난처는 6조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역외 자산의 은신처를 담당하고 있고, 케이먼군도의 경우 1만2,000여개의 미국 페이퍼 컴퍼니가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세수 누수를 막기 위해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헤지펀드 등의 투명성 제고에 나서면서 조세 피난처들이 위기에 빠지게 됐다. 실제 일부 유럽 재무장관들은 헤지펀드 등 역외 금융의 불분명한 환경이 궁극적으로 현재의 위기를 부추겼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이 같은 조세 비밀주의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미국 역시 규제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 이들 역외펀드의 탈세방지법안을 마련한 데 이어 내년 초부터 각 업체들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내용의 법률을 시행할 예정이다. 영국도 영연방인 맨섬과의 금융 연합을 재숙고하기로 결정, 인근 맨섬 일대가 혼란에 빠졌다. 제프리 오웬 OECD 조세국장은 "십 여년 이상 불문율에 붙여 온 텍스 헤븐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다"며 "많은 역외 지역들이 현실을 깨닫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세 피난처들은 역외 펀드가 금융 위기를 가중시켰다는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앨런 벨 맨섬 재무장관은 "정치인들은 희생양들을 좋아한다"고 언급했고, 영 연방의 한 조세 피난처 관료도 "이는 교통 사고의 책임을 자동차 업체들에게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조세 피난처들은 벌써 살아 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버뮤다 등 몇몇 조세 피난처들은 수출 제조업 및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텍스 헤븐'들은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세금 관련 애널리스트인 설리반은 "이들 지역은 투자 자본 감소에 따른 경쟁 가중 및 법률 강화에 따른 비용 증대라는 협공에 직면해 있다"면서 "자체 경쟁이 심해져 수년 내 몇몇 지역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투자자들은 역외 펀드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싱가포르와 스위스 등으로 돈을 옮기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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