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무한대의 상상력을 표현한다는 점이다. 만화는 연극이나 영화처럼 시간, 공간적인 제약이 없으며 순수문학이 견지하는 ‘어느 정도의 현실성’ 또한 가볍게 뛰어 넘는다. 때문에 만화적 발상은 다른 어떤 문화 콘텐츠보다 자유롭고 유쾌하다. 요즘은 성인들이 만화를 즐겨보지만 예전에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50~60년대에는 아동만화라고 통칭하는 작품들이 나와 대본소를 중심으로 읽혔다. 성인들이 보는 만화,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한 만화가 장안에 회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72년 고(故) 고우영 화백이 스포츠신문에 만화를 연재하면서부터다. 장상용 일간스포츠 만화담당 기자는 “일간 신문에 만화를 연재하는 아이디어도 당시에 처음 기획된 것이었고, 이때부터 성인들이 만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만화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온 작품은 83년 작 ‘공포의 외인구단’. 당시만 해도 젊은 작가이던 이현세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만화를 기획해 이 작품을 선보였고, 대본소 만화 시장에서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이현세가 인기를 이어나갈 무렵, 대본소에 나온 만화의 80% 정도는 ‘까치’나 ‘엄지’ ‘마동탁’ 등 이현세 작품의 캐릭터와 유사한 주인공이 나오곤 했다. 이현세의 화풍을 모방하는 것까지도 일대 유행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에는 일본문화 개방의 물결을 타고 일본 만화 작품들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슬램덩크’ ‘북두의 권’ ‘시티헌터’ ‘드래곤볼’ 등의 작품은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한국 만화의 위기는 이때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000년대 초반 들어서는 스포츠신문에서 양영순이, 인터넷에서 강풀이 등장했다. 양영순은 인기 만화의 스타일을 장편 극화에서 단편으로 바꿨고, 기가 막힌 반전을 담은 스토리로 사회에 퍼져있는 허위의식과 헛된 권위를 마음껏 조롱했다. 그림체 또한 기존 만화보다 훨씬 단순하고, 과장이 심한 체를 선택해 신세대들의 시선을 끌었다. 강풀은 미디어다음 만화 사이트에서 기록적인 성공을 거뒀다. 대부분 포털의 만화사이트가 오프라인으로 나온 만화를 스캔 받아 서비스하는 반면, 미디어다음은 온라인으로 발표하는 만화가의 작품을 싣는 전략을 선택했는데 이때 혜성과 같이 등장한 작가가 강풀이다. 강풀의 만화는 온라인에서 먼저 발표된 뒤 책으로 묶여 서점에 나와 오프라인에서도 반응을 얻었다. 다음 관계자는 “이는 기존의 만화 출판 방식의 흐름을 바꾼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상용 씨는 “온라인 만화는 내러티브가 약한 게 약점이었다”며 “강풀이 온라인에서 장편을 연재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만화가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즈의 소스 매체로 각광 받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또 만화책 자체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 역시 나른 나라도 비슷하다. 그러나 만화는 앞으로도 고유의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장 씨는 “만화는 흥행산업도 아니고 대박이 나오는 장르도 아니지만 문자와 영상의 중간에 있는 매체라는 고유의 특징 때문에 앞으로도 그 영역을 지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