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척추 장애 루이스, 골프 여제 올랐다

청야니 꺾고 파운더스컵 정상…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올라<br>이지영 4위·신지애 공동 13위


청야니(대만)가 109주 동안 독점했던 세계랭킹 1위 자리의 주인이 바뀌었다. 하지만 새 여왕은 한국 선수가 아닌 미국의 스테이시 루이스(28)였다.

루이스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GC(파72ㆍ6,583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LPGA 파운더스컵을 제패하며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4타 차 2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그는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언더파 64타를 몰아쳤다. 루이스는 나흘 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해 선두였던 미야자토 아이(일본ㆍ20언더파)를 3타 차로 제치는 대역전으로 1위 등극의 드라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2006년 여자골프 세계랭킹 제도가 도입된 후 미국 선수가 1위에 오른 것은 2010년 크리스티 커에 이어 두 번째다.

◇장애 극복한 인간승리=루이스의 척추에는 나사못 5개가 박혀 있다. 소녀 시절 척추측만증으로 7년6개월간 허리에 보조기구를 차다 골프를 계속하기 위해 18세 때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통증으로 아칸소대 1학년 때는 대회에 나가지도 못했다. 의지를 굽히지 않은 그는 20세였던 2005년 다시 골프채를 잡았고 이후 대학 대회에서 통산 12승을 거두며 이름을 알렸다.


2008년 프로로 전향, 그해 말 퀄리파잉(Q)스쿨 수석합격으로 2009년 LPGA 투어 정식 회원이 됐다. 루이스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2011년 4월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투어 첫 우승을 일궈내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4승을 거둬 1994년 베스 대니얼 이후 미국 선수로는 18년 만에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며 미국의 자존심을 살렸다. 올해도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챔피언스에 이어 벌써 2승을 거뒀다. 최근 23개 대회에서 통산 7승으로 30.4%의 높은 우승확률을 뽐낸 그는 마침내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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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사람들은 허리에 금속까지 박고 왜 골프를 하는지 궁금해한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중반부터 세계랭킹 1위에 관해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일찍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승부 가른 운명의 16번홀=1ㆍ2위를 차지한 루이스와 미야자토는 16번홀(파4ㆍ307야드)에서 하루 사이로 울고 웃었다.

루이스는 이날 15번홀까지 6타를 줄였지만 여전히 선두 미야자토에게 1타 뒤져 있었다. 우승컵의 향방은 16번홀에서 미야자토의 한 차례 샷 실수로 뒤바뀌었다.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 가운데로 잘 보낸 뒤 피칭웨지로 친 볼이 그린 옆 둔덕을 맞고 사막지대 덤불로 굴러 내려간 게 발단이 됐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1벌타를 받고 4번째 샷을 그린 주변에 올린 미야자토는 2퍼트를 보태 2타를 잃고 말았다. 반면 루이스는 4.5m 버디를 낚아 순식간에 2타 차 선두로 올라선 뒤 17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잡아 3타 차로 달아났다.

16번홀은 전날 루이스가 불운에 시달렸던 곳이다. 루이스는 3라운드 16번홀에서 캐디 트래비스 윌슨이 벙커에 들어가 발로 모래 상태를 점검하고서 벙커 샷을 앞둔 루이스와 대화를 나눈 장면이 비디오 판독으로 드러나 2벌타를 받았다.

한편 루이스와 함께 공동 2위로 출발한 이지영(28ㆍ볼빅)은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공동 4위(16언더파)로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최나연(26ㆍSK텔레콤)은 공동 29위(11언더파)로 끝내 3위가 됐다. 청야니는 공동 59위(4언더파)에 그쳐 권좌에서 내려왔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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