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프로젝트 발굴해도 금융권 도움없으면 수포
日 '재팬 패키지' 같은 통합 협조체제 구축해야
중소업체 해외진출 위해 협회가 길잡이 역할할것 "최근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韓流)의 원조는 해외건설입니다. 국내 건설회사들이 싱가포르ㆍ중동 지역 등에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상당한 외화를 벌었고 한국문화도 전파했습니다. 수주지원 시스템을 더욱 잘 갖춰 진출지역을 확대해나가면 됩니다." 이재균(58ㆍ사진)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해외건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 수주로 꼽히는 186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등을 포함해 지난해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금액이 자그마치 716억달러. 이렇게 벌어들인 외화가 국내 경기회복에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올해 리비아 사태,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 해외건설에 '재앙' 수준의 장애물은 있었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700억달러대의 해외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류의 원조인 국내 건설업체들이 지금껏 쌓아온 기술력ㆍ신뢰ㆍ경험 등 경쟁력을 활용하면 어려움에도 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해외건설에서 자동차ㆍ반도체ㆍ조선 등 그동안 효자노릇을 해온 전통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인 716억달러 규모의 엄청난 수주실적을 올렸다"며 "해외건설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도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최근 해외 수주지역은 중남미ㆍ동남아시아ㆍ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중동의 비중(10월8일 현재 61.11%)이 가장 높다. 산유국이 많은 중동이 해외수주의 중심에 있다 보니 공종도 석유ㆍ가스ㆍ화학 플랜트 등 산업설비(70.1%) 위주다. '수주지역 다변화 방안이 시급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지난달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직접 중동 지역에 나가보니 무시할 수 없는 곳이더라"라고 답했다. 그는 "당초 1배럴당 58달러로 예상됐던 유가가 현재 100달러를 넘기 때문에 중동 산유국들의 오일달러가 풍부하다"며 "산유국 정부들이 이 돈을 가지고 주택사업 등 국민 후생 증진을 생각 중이기 때문에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추가적인 중동 수주계약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재스민 혁명으로 리비아 주변국들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공공사업 발주에 신경 쓰고 있어 국내 건설업체들에 기회가 많은 것"이라고 내다봤다. 플랜트 위주의 수주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하면 고급기술직과 기자재 등을 일괄 수출하는 플랜트 설계ㆍ자재조달ㆍ시공(EPC) 위주로 질적 변화를 이뤄냈고 최근에는 자원개발ㆍ인프라 건설을 연계하든가 도시수출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수주내용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선진국과 견줘 전혀 손색이 없는 플랜트 EPC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외건설협회가 중동 외 시장 개척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건설협회는 현재 멕시코ㆍ가나ㆍ인도ㆍ캄보디아ㆍ카자흐스탄 등 5곳에 설치된 해외지부를 향후 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웬만한 전략지역에는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 이 회장은 최우선의 추가 지부 설립 예상 지역으로 브라질ㆍ중국ㆍ터키 등을 들었다. 그는 "자원개발 프로젝트가 많은 브라질, 서부개발 등 수요가 무궁무진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중국, 원전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터키에 관심이 많다"며 "지부를 만들면 한국직원 1~2명에 현지직원을 채용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연간 해외수주 금액 2,000억달러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연간 700억달러대로 급증한 해외수주 금액과 지난해 4.8%로 상승, 세계 7위 수준으로 뛰어오른 해외건설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이런 청사진이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 건설업계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해외수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해외수주 누적액도 해외건설시장 진출 45주년이던 지난해 4,0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내년 초에는 5,000억달러 달성이 확실시된다. 목표달성을 위해 시급히 뒷받침돼야 할 게 있다. 바로 '해외건설 금융지원 시스템 구축'이다. 이 회장은 최근 대형 프로젝트 발주 사례를 언급하며 금융지원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발주규모가 큰 프로젝트 발주자는 금융동원능력을 확보한 시공자를 원한다"며 "시공능력은 외국 경쟁자보다 뛰어난데 금융동원능력에서 떨어져 낙찰을 못 받는 경우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물론 국내 금융권이 해외건설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인프라 건설사업에 투자하는 '글로벌인프라펀드'가 지난 2009년 설립됐다. 펀드규모는 4,000억원이다. 공공 부문과 신한금융ㆍ한국투자자산운용 등 민간 부문이 5대5로 분담했다. 이 회장은 "4,000억원의 자금이 실제 투입되는 것은 올해부터이지만 아직 초기단계이고 해외입찰시 필요한 금융동원능력에 비하면 (4,000억원 규모는) '코끼리 비스킷'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금융권이 해외건설 투자를 '하이 리스크(high risk)' 사업으로만 치부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해외에서 좋은 프로젝트를 어렵사리 발굴해놓아도 국내 금융권에서 일절 도움을 안 주면 수포로 돌아간다"며 "국내 금융권에서 해외건설 전문가를 채용하고 프로젝트가 정말 채산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별해 긍정적이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킬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국내 건설회사들이 해외수주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필수요건으로 꼽았다. 그가 사례로 든 것은 정부와 금융권이 한 몸이 돼 자국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를 지원하는 일본의 '재팬 패키지(Japan Package)' 전략이다. 그는 "일본의 경우 지난해부터 정부ㆍ건설업계ㆍ금융권이 하나의 협조체제를 구축해 해외수주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세일즈 외교도 주문했다. 아직까지 '관(官)의 영향력'이 해외수주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장관이 해외에 나가면 당장 1~2건을 수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건설업체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며 "정부 발주 공사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부 장관 등 해외건설 관련 고위층이 자주 현지를 방문해 외교적 지원을 하고 막힌 곳이 있으면 뚫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금융위원회ㆍ기획재정부 등 금융당국이 힘을 합쳐 해외건설에 특단의 금융지원 시스템 구축에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건설협회가 최근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중소형 건설회사의 해외진출 지원을 들었다. 정보력ㆍ자금력ㆍ인력 등에서 대기업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중소업체들의 해외진출 '길잡이'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협회는 중소기업 수주지원센터를 통해 중소 건설업체 재직자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해 실무능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2003년 4억원으로 시작한 시장개척자금 지원사업도 올해 23억원으로 확대해 중소기업 지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 홈페이지 개설, 무료 자문제공도 해외건설협회가 신경 쓰고 있는 지원사업이다. 그는 "전문 자문위원들을 통해 계약ㆍ법률ㆍ기술ㆍ리스크ㆍ보험, 타당성 조사 등에 대한 자문을 무료로 실시하고 중소 건설업체를 위한 전용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공사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대한건설협회와 공동으로 '중소건설해외진출협의회'를 운영해 진출희망 국가에 대한 정보와 수주 사례, 리스크 경감 방안 등을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잘 나가는 해외건설에도 어둠은 있다. 바로 국내 업체들끼리의 '저가수주 출혈경쟁'이다. 입찰담합으로 발주처의 신뢰를 잃어가는 일본 업체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저가수주는 국내 업체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이 회장은 업체들 스스로 저가수주의 부정적 요인을 인식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석유화학ㆍ환경ㆍ발전 플랜트 등 공종별로 협의회를 구성해 저가출혈 경쟁을 스스로 자제하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또 "평소에는 잘 되다가도 실적이 급한 1~2개 업체가 막무가내로 달려들면서 질서를 흐트러뜨리기도 한다"며 "과당경쟁은 해외건설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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