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진정한 글로벌 스탠더드

국내 국제특송시장은 그동안 다국적기업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전세계를 무대로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수백대의 전용 비행기를 띄우는 다국적 특송업체들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국내 소비자들은 외국에 급한 서류나 소화물을 보내야 할 경우 외국계 특송사를 이용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여길 정도다. DHLㆍ페덱스ㆍTNTㆍUPS 등 이른바 ‘빅4’로 불리는 다국적 특송사들은 오랜 업력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인프라가 강점이다. 국내에서 이들에게 대적할 만한 업체는 아직 없다. 국내 특송사들은 대부분 이들 다국적업체들의 ‘서브 캐리어(하위 배달자)’에 불과한 수준이다. 우체국 EMS가 유일한 경쟁자이지만 민간업체가 아닌 공기업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특송시장에서의 다국적업체들에 의한 과점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국적 특송사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자랑하면서도 한국 시장에서 이들 기업의 공통적인 정책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매출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것. 다국적 특송사들은 언젠가부터 한국 시장에서의 실적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회사 방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마치 담합이라도 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매출 성장률은 매년 두자릿수에 달한다고 언론 플레이를 한다. 다국적 특송사들이 매출이나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상장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활동을 일일이 공개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백명의 한국 직원을 고용하고 연간 수십억원의 이익을 본국으로 가져가는 글로벌 기업치고는 자세가 당당하지 못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투자가들이나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하고 있다. 투명경영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기본에 속한다. 그러나 ‘국제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다국적 특송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경영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송회사뿐 아니라 적지않은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서 경영활동을 영위하면서 기업의 주요 경영지표를 공개하지 않는가 하면 전혀 ‘글로벌 기업’답지 않은 행태를 곧잘 보이곤 한다. 한국이 기업하기 힘든 곳이라고 불평하기 이전에 기업활동의 기본에 속하는 것부터 제대로 지키는 것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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