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골프] 김수정 MBC아나운서

얼마 전 MBC-ESPN의 `엘로드 골프 챌린지`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골프 중계를 하는 몇 안 되는 여자 캐스터로서 섭외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점을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부담감이 커지는 것이었다. `아니, 골프 중계를 한다는 사람이 저 정도밖에 못 쳐?` 별의별 걱정까지 만들다 보니 정작 스윙 연습은 하지도 못한 채 결전의 날은 다가오고야 말았다. 카메라 앞에서 방송을 하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하겠지만 골프를 친다는 건 또 다른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러지 않아도 시즌 개막전(?)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클럽의 감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스윙 폼을 찍는다는 건 부담중의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동안 진행했던 (골프 스페셜)이란 프로그램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잘 해야 할텐 데…, 화이팅!`하고 외치며 골프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정작 카메라가 비치기 시작하자 근육은 근육대로 경직, 미스 샷이 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은 마음 한구석에서 모락모락, 그야말로 총체적인 혼란 속에 여섯 홀을 겨우 마무리했다. 돌아오면서 매 대회마다 피를 말리는 신경전에 사력을 다하는 선수들을 떠올렸다. 시합이라는 중압감 속에서도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을 줄 아는 선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승컵을 위한 마지막 퍼팅 하나에 긴장을 견디는 것 만해도 그 자체가 위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넣어도 안 넣어도 그만인 `피크닉 골프`가 아니라 반드시 넣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 세계에서의 한 타는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겠는가! 게임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풀 죽은 모습으로 클럽 하우스를 나설 때 온갖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는 어찌나 눈치도 없이 챔피언에게만 달려가는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뛴 선수들의 눈물과 좌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 자, 이제 나도 얼렁뚱땅 컨시드 받았다고 뛸 듯이 기뻐할 일이 아니라 `꼭 필요할 때는 긴장을 이기고 끝까지 집중해서 퍼팅을 해내는` 진지한 골퍼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해본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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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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