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50대 자영업자 300만명 시대


노동시장이 고령화되는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도국들에서도 점차 기대수명이 늘면서 경제활동기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률 저하로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우리나라도 오는 201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5세 미만 인구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라고 할 수 있는 48~56세(1955~1963년생) 인구가 65세에 진입하는 2020년부터는 고령 인구층이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소매ㆍ음식업 편중… 폐업도 잦아 50대 이상 인구의 노동시장 참여 속도 역시 점차 빨라질 것이다. 은퇴를 앞둔 50대만 보더라도 720만명의 생산가능 인구 가운데 73%(525만명)가 일자리를 갖고 있다. 11년 전인 지난 2000년 64%에 비해 9%포인트나 늘어났다. 50대 이상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좋고 나쁨을 따지기 어렵지만 노동시장 참여 동기가 생활이 어려워서라면 그리고 결과적으로 고용의 변동성을 높인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두 가지 문제점 모두가 50대 이상의 취업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50대 이상의 고용 확대는 주로 생계형 자영업에서 이뤄진다. 소자본으로 특별한 기술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소매유통ㆍ음식점 및 숙박업 등에서 50대 창업이 활발하다. 최근 50대 자영업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는데 50대 미만에서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50대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생계를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출발하는데 기업형 사업자들에 비해 경쟁열위일 수밖에 없다. 행여 틈새 영역을 찾았다 하더라도 곧 비슷한 처지의 경쟁자들이 몰리면서 돈 벌기가 어려워지고 폐업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전체 산업평균 1인당 부가 가치액이 4,300만원인 데 비해 음식점 및 숙박업은 1,000만원을 갓 넘기는 열악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창업 후 한 우물을 파지 않고 업종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도 50대 이상의 자영업자가 불리한 것은 젊은 층에 비해서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고용통계상으로는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 취업자의 증가로 간주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자영업자들이 어떤 업종에 몰렸다가 상당수가 폐업하는 일련의 과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자영업자는 대표적인 비임금 근로자이며 상대적으로 고용상 지위가 안정된 임금 근로자와 비교된다. 50대 이상의 자영업자들이 고용률을 높이고 있지만 내수경기가 위축되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하루아침에 자영업자에서 실업자가 될 경우 고용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게 된다. 생계형 자영업은 고용을 창출하기 힘든 영세형 '독신업종'이어서 고용 파급력도 약하다. 예를 들어 세탁업ㆍ이미용업 등은 주인 홀로 일하는 업체 수의 비중이 65%나 된다. 고령층 임금근로자 늘려가야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노동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자영업 대책, 더 나아가 노동시장의 고령화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다만 정부가 자영업을 육성한다든지, 반대로 업종을 전환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영업의 정의상 자신의 전문 분야나 취미를 발전시켜 생업으로 삼는 것이 이상적인 성공 모델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고령층 취업의 문제는 자영업 이외 다른 대안이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은퇴 연령을 늦춰 주거나 은퇴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원하는 고령 구직자들에게 취업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직접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고령층 취업자가 자영업종에 치중되지 않고 산업 활동 전반에서 경험을 공유할 때 고령화 사회의 경제가 안정되고 사회보장 부담도 경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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