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경제를 이끄는 수장들이 큰 결단을 내렸다. 유럽과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를 실행하며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확대를 표명했다. 지난달 29일 6년 만에 양적완화 종료를 발표한 미국에 대해 시장은 금리인상 시기와 인상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축소다. 대차대조표는 자산·자본·부채 등 기업의 재무 상태를 알 수 있는 만큼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는 그 나라의 자산 변화를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양적완화를 통해 화폐를 발행해 채권을 사들이고 연준의 부채에 해당하는 은행 지급준비금과 자산에 해당하는 채권보유액을 함께 늘려 대차대조표를 확대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기부터 10여년간 국부펀드·연금펀드·중앙은행 및 기업들은 대차대조표에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비축했다. 벤 버냉키 전 의장의 양적완화 정책과 저금리 정책으로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지난 2008년 8,000억달러에서 현재 4조5,000억달러로 급증했다.
이처럼 확대된 대차대조표는 성장 침체, 급격한 디스인플레이션, 정치적 불안 등 실물경제의 외부적 요인들과 상관없이 시장의 자금흐름을 주도했다. 과거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을 살펴보면 중앙은행은 국채 투자를 억제해 투자자들이 회사채에 투자하게 함으로써 회사채 초과수요를 유발했다. 이는 신용위험 프리미엄을 줄여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촉진했다. 순채권 발행과 자사주 매입량의 상관관계는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10년에 걸쳐 계속되고 있다. 이는 주식의 성과를 주도한 원동력이었다.
또 2009년 강세장 시작 이후 기업은 지금까지 시장의 최대 주식 매수자였다. 그러나 양적완화 종료 발표로 대차대조표 축소가 예상되면서 대차대조표가 시장의 자금흐름을 주도하는 시대도 막을 내릴 것이다. 투자자들은 양적완화를 시행했을 당시를 돌이켜보며 역으로 투자에 임해야 한다.
앞으로 양적완화 종료로 대차대조표의 초과 자금 유입은 없고 국채 수익률은 다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순회사채 발행이 둔화되면 순채권 발행과 자사주 매입량의 상관관계에 따라 자사주 매입도 정체를 보일 것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는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의 경기부양 정책보다 글로벌 자금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투자자들은 과거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성과를 주도했던 시대에서 벗어나 정치적·지정학적 요소 등 불안한 거시적 환경에 휩쓸리는 변동성의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