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권숙일 과학기술처 장관(월요초대석)

◎“청빈·정직·도전으로 과기립국”/2000년대 키워드는 ‘과학’… 대중화 절실/다양한 이벤트 마련,생활속 파고들어야/11월 생명과학 심포엔 ‘돌리’ 복제 영 윌무트 박사도 초청『흔히 미국을 부흥시킨 정신적인 지주로 3P를 꼽습니다. 곧 청교도정신(Puritanism)·실용주의(Pragmatism)·개척정신(Pioneerism)입니다. 이 3P로 미국은 불과 건국 2백년만인 20세기에 세계의 중심으로 등장하여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이 3P는 과학기술의 덕목과 일치합니다. 청빈·정직·도전은 모두 과학기술의 덕목입니다. 우리나라가 21세기의 주도적인 국가로 부상하려면 이같은 정서가 필요합니다.』 □대담:허두영 산업1부 과학정보통신팀장 ○국민적 덕목으로 권숙일 장관은 이같은 덕목을 국민정서로 뿌리내리려면 『매일 교회에 가서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하듯이 매일 과학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4월은 과학의 달입니다. 권장관께서는 서울대 교수로 근무하실 때부터 과학 대중화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과학 대중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1945년 우리나라에 물리학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두사람 있었습니다. 아직도 제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물리학회는 지금 무려 5천명 가량의 회원을 두고 있습니다. 약 50년만에 2천5백배나 성장한 것이죠. 제가 과기처장관이 되자 미국 친구들이 멀리서 축전을 보내며 『한국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냐』며 『그 꿈같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졸라댑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학계의 발전에 불과할 뿐 과학대중화의 진전으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전임 과기처장관들은 정책의 핵심을 과학기술과 경제의 관계에 두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경제에서 고속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과학대중화를 소홀히 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책은 장관 혼자서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학교에 있을 때는 정부에 대해 기초과학 육성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장관으로서 기초과학 육성에만 매달릴 수는 없습니다. 전임 장관들이 의지가 없어 과학대중화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또는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따라주지 않아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일 뿐입니다. ―그러면 지금 이 시점에 과학대중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단지 과기처가 출범 30주년을 맞았다는 이유만으로 과학대중화를 외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봅니다만…. ▲지난 70년대까지 우리나라 정부 정책의 두 축은 안보와 경제였습니다. 80년대 들어 경제가 정부 정책의 키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오로지 경제성장만이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죠. 90년대 들어서는 키워드가 기술로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기술에 발목을 잡힌 것입니다. 이제 서서히 우리 기술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 기술이 과학에 발목을 잡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가 되면 정책의 키워드가 과학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과학대중화가 절실한 겁니다. ­과기처는 그동안 입으로만 과학대중화를 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권장관께서는 과학대중화를 어떻게 추진하실 계획입니까. ▲과학 대중화를 이루려면 과학이 국민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이벤트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보기를 들어 한국생명공학연구소가 영국 네이처지와 공동으로 오는 11월 3∼4일 한국에서 생명과학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을 갖습니다. 네이처지는 얼마 전에 복제 양 「돌리」를 게재하여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영국의 유력한 과학잡지 아닙니까. 또 주제도 「생명과학과 생명공학의 만남」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장 「돌리」를 복제한 영국의 윌무트 박사를 심포지엄에 참가시키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심포지엄을 과학자만의 학술토론회가 아니라 국민적인 과학행사로 확산시키려면 윌무트 박사가 필요합니다. ○‘복제’ 논쟁일듯 ­사실 그동안 노벨상을 받은 세계적인 석학들이 많이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그러나 관련분야의 전문가 말고는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윌무트 박사를 부른다고 해서 달라지는게 있을까요. ▲지난 90년대초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가 방한했을 때 저는 서울대 연구처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당시 비가 내려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강연회가 열리는 서울대는 물론 다른 대학의 학생들까지 몰려들어 강연회장을 꽉 메운 것을 보고 저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이번에 헤일 밥 혜성이 왔을 때에도 전문가를 초빙하여 이벤트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부임 초기라 시기를 놓쳐 안타깝습니다. ­윌무트 박사가 한국에 오면 어떤 식으로 과학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먼저 동물 복제의 윤리문제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겁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생명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겁니다.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되돌아볼 것이고 보통 사람들은 과학자들의 연구가 우리 가정과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이것이 기술영향평가(Technology Assessment)로 이어져 과학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은 기증도 도움 ­과학대중화에는 상당히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과학기술이 경제에 투자할 때는 그 결과가 비교적 빨리 나타나지만 과학대중화의 영역이 너무 넓고 다양해 밑빠진 독에 물붓는 식으로 그 결과가 금방 눈에 띄지 않지 않습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과학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93년 제가 서울대 자연대학장으로 있을 때 한 김밥할머니가 그동안 고생하며 모은 돈 5백만원을 교육을 위해 기증하겠다고 왔습니다. 그때 제가 그 할머니를 붙잡고 제발 기초과학을 위해 기증하는 것으로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래서 그 할머니는 기초과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기초과학을 위해 5백만원을 기증했습니다. 적은 돈이라도 과학을 위해 기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또 있습니다. 이번 과학의 달 행사를 위해 한국여성과학자협회 회원들이 발벗고 나선 것을 들 수 있습니다. 과기처에서 여성과학자협회에 도움을 청하자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앞장서 강연회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대중화에는 주부가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과학재단과 공동으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제정하여 이달부터 시상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학대중화에 대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과학대중화에는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의 생활과 연결시키지 못하면 호응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정책을 국민과 연결시키는 수단이 바로 언론입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앞으로 과학대중화에 앞장서는 언론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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