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주식거래가 한국 주식시장에 도입된 지 3년5개월만에 시장 시스템이 대폭 개편된다.
지난 2001년 말 개설된 장외전자거래시장(ECN)이 지난 28일로 문을 닫고 이 업무를 증권선물거래소가 넘겨받아 30일부터 시간외 거래를 오후 6시까지 연장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 시간은 차이..구조는 비슷 = 증권선물거래소가 시간외 매매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기존 ECN의 업무를 맡게 됐지만 매매 시간이 달라졌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기존 ECN이 오후 4시30분∼9시에 매매가 이뤄졌다면 새 시간외 매매제도는 오후3시30분∼6시에 매매가 이뤄진다.
거래시간의 차이와 달리, 새 시간외 매매제도는 기존 ECN시장과 마찬가지로 30분 단위로 체결되는 단일가 매매제도가 적용된다.
일정시간 접수한 호가를 하나의 가격으로 매매체결시키는 집중 매매방식인 단일가 매매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균형가격에 매매를 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매수.매도 주문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급변을 억제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규시장 종가에서 원칙적으로 ±5% 범위내에서 가격변동을 허용한다는 점과 허수성 호가방지를 위해 '랜덤 엔드'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점도 같다.
랜덤 엔드는 예상체결가격이 ±3%이상 변동할 경우 단일가 매매를 위한 단일가호가 마감시간을 연장해 좀 더 호가주문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가격 변동폭이 원칙적으로 ECN과 같은 ±5%지만 대신 정규시장에서 허용되는 상하한가폭(±15%)의 제한을 받는 점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전날 종가 1천원인 종목이 정규시장에서 대형 호재로 12% 급등, 1천120원으로 마감했다면 이 종목은 시간외 거래에서 다시 종가대비 5% 오른 1천176원까지 상승할 수 있는게 아니라 정규시장의 상승제한폭인 1천150원까지만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기존 ECN시장이 원칙적으로 10주 단위 거래인 반면, 시간외 거래는 1주씩인점, 기존 ECN에서는 KOSPI200과 KOSDAQ50 편입종목으로 거래가 제한됐지만 시간외거래에서는 전 종목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큰 차이다.
◆ 증권사들 "큰 기대 안해요" = 증권업계에서는 ECN을 통해 형성된 일부 시간외 거래 수요 충족을 위해 거래소가 이 기능을 넘겨받아 시간외 시장을 개설함에 따라 매매주문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준비를 마친 상태지만 거래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ECN도 지난 2001년 개설 추진 당시는 개인 직접투자가 활발한 한국시장의 특성상 활성화되리라는 기대가 컸지만 만성적 거래부진에 시달리며 누적적자가 130억원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볼 때 당장 큰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 직접투자가 절정기에 달했던 지난 1999∼2000년과 달리, '개미'들이 간접투자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점도 활발한 장외거래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시간외 매매시장을 준비해온 삼성증권 영업지원파트 구남선 과장은 "거래대상이전 종목으로 확대되고 이에 따라 거래 규모가 커진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투자자들이 초반에는 호기심으로 관심을 있겠지만 거래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업무개발팀 홍석준 과장도 "시장개설에 맞춰 모든 준비는 마쳤지만 ECN과 마찬가지로 회사에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간외 매매제도 개선으로 거래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만큼 증권업종에 대한 긍정적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증권 심규선 애널리스트는 "매매수수료율과 달리 거래시간 연장은 증권사들의 실적추정에 새로 반영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겠지만 현시점에서 거래전망을 볼 때 시간외 매매제도 개편은 손익전망을 바꿀만한 변수가 되지 않으며 이것은 다른 증권업종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