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국제 신평사 '부실평가' 사실로

美의회 청문회서 모기지 상품 엉터리 등급산정 증거 드러나<br>직원들 "이익위해 악마에게 영혼 팔았다" 고백


"우리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무디스의 한 직원이 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올랐다. 회사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모기지 상품의 등급을 엉터리로 산정했음을 보여주는 내부 이메일과 문자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주택감독ㆍ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무디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자체 이익을 위해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잇따라 공개됐다.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S&P 직원들이 지난 4월 모기지 관련 상품의 신용등급을 매긴 뒤 서로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다. 한 직원이 "그 평가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고 하자 다른 직원은 "평가모델이 위험의 절반도 반영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신용등급을 부여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에는 "우리는 모든 것을 평가해야 하고 소가 만든 상품이라도 등급을 매겨야 한다"고 말했다. 무디스와 S&P 등은 당초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부여했다. 그러나 주택가격의 하락과 함께 MBS의 부실이 커지자 등급을 잇따라 강등시켰고 이는 신용시장을 공황상태에 빠트리며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 금융기관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다. 신용평가사 직원들은 신용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자 때늦은 고백을 하기도 했다. 무디스의 한 직원은 2007년 이메일에서 "우리는 눈가리개로 눈을 가린 채 (고객으로부터) 받은 정보에 대해 결코 의심을 하지 않는다"며 "이런 실수는 우리를 무능한 신용평가 애널리스트로 만들거나 이익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처럼 보이게 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신용평가사 임원들은 (회사의) 수익 때문에 등급산정을 잘못했음을 시인했다. 제롬 폰스 무디스의 전 영업이사는 "회사가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했다"며 "이것이 신용등급을 매기는데 있어서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었다"고 말했다. 헨리 왁스먼 하원 주택 감독ㆍ정부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신용평가사들은 금융시장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의 모럴 해저드가) 채권시장의 신뢰를 깨트리고 결과적으로 전체 금융시스템을 위기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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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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