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폭행피해자 4명이 지목한 용의자 '무죄'

법원 "경찰의 용의자 대질조사, 신빙성 확보 못해" 판결

성폭행 피해 여성 4명이 분명하고 일관되게 범인이 맞다고 확인한 30대 남자에 대해 1심과 2심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하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전화방을 통해 성매매를 하던 김모(14)양, 노모(14)양, 김모(15)양, 양모(18)양은 지난해 4월 경찰에서 "전화방을 통해 만난 키 180㎝, 커트머리 마른체격에 `돈암동 칼'이라 불리는 30대 남자가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전화방 직원을 통해 이들이 설명한 인상착의와 비슷한 남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낸 경찰은 이 번호 주인 이모(32)씨에 대한 운전면허 조회로 사진을 구해 김(15)양으로부터 "이 사람이 범인이 맞다"는 진술을 받았다. 이씨를 임의동행한 경찰은 노양과 대면시켜 "범인이 틀림없다"는 진술을 받았고 이씨를 구속한 뒤 대면한 김(14)양에게서는 "범행 때보다 한두살 어려보이지만 범인이 확실하다"는 진술을, 구속중 찍은 사진을 보여준 양양에게서는 "얼굴이 조금 지저분한 것을 빼면 범인과 같다"는 진술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이현승 부장판사) 심리결과 범인 인상착의에 대한 김(14)양과 김(15)양의 설명이 서로 달랐고 김(15)양과 노양은 둘다 피해 시점을 2003년 7월이라고 했다가 2002년 7월로 번복했으며 노양이 성폭행당한 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위의 설명이 노양을 찾아왔던 친구의 말과 달랐다. 김(15)양은 "범인이 도망간 뒤 손이 묶인 채 발가락으로 아는 언니에게 전화해도움을 구했다"고 말했지만 김(15)양 친구는 "범인이 도망간 뒤 소리를 질러서 여관 아주머니가 손을 풀어줬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손이 뒤로 묶인 채 성냥불을 켜 끈을 녹였다"는 양양의 진술이 실제로 가능한지 의심했고 "범인이 범행후 전화선을 끊고 나갔다"는 양양의 말과 "모텔지배인이 최근 2∼3년간 전화선이 잘린 적이 없다고 했다"는 증인의 진술도 달랐다. 재판부는 "특별히 거짓말 할 이유가 없는 4명의 피해자가 분명하고 일관되게 이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긴 했지만 서로 잘 아는 피해자들 중 1명이 이씨를 범인으로지목하자 다른 사람들도 이씨가 범인이라는 경찰의 암시에 따라 진술했을 가능성을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려면 ▲범인 인상착의 등 목격자의 진술을 사전에 상세히 기록한 뒤 ▲한 사람이 아닌 여러사람 중에서 용의자를 지목하게 해야하며 ▲용의자와 목격자가 사전에 대면하지 못하게 하고 ▲대질과정과 결과를 문서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용의자 한 사람을 목격자와 일대일로 대질시키거나 용의자 사진 한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해 범인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기억력의 한계와 부정확성, 무의식적 암시 가능성 때문에 다른 추가 증거가 없는 한 신빙성이 낮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도 "피해자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본 1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으며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이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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