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흑묘백묘론과 선부론(先富論)
산업부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산업부 김현수기자
지구촌이 올림픽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림픽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세계의 이목이 그리스 아테네로 고정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이웃 나라인 중국에서는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또 하나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덩샤오핑 탄생 100주년(22일) 추모행사다. 1m50㎝의 작은 거인이라고 불리는 덩샤오핑을 중국인들은 ‘인민의 아들’이라고 부른다. 중국인들이 그를 추모하는 것은 지난 78년부터 추진된 개혁개방 정책이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이끌며 ‘가난한 사회중의’에서 벗어나게 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혁명 1세대이자 과감한 실용주의자였던 덩샤오핑은 79년 미국 방문을 마친 뒤 ‘고양이는 희든 검든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라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으로 중국의 미래를 밝혔다. 흑묘백묘론은 덩샤오핑의 고향인 쓰촨성의 속담으로 시장경제 도입의 발판이 됐다.
이어 나온 부자와 가난뱅이는 어깨동무 할 수 없으며 부자가 앞서 나가면 뒷사람은 노력해 따라잡으려는 공감대를 조성한다는 ‘선부론(先富論)’은 13억 중국인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는 ‘자고 일어나면 달라진다’는 현대 중국을 만들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과 선부론은 성장과 배분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10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여기다 기업인들에 대한 냉소와 반기업 정서는 날이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다. 기업경영의 목적 자체가 사회 환원에 있다는 교과서의 내용을 외우는 중ㆍ고생에게 이익을 앞세우는 기업은 ‘수전노’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만 존재의 이유가 있다. 이익이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 창출이 다시 개개인의 부로 이어져 소비를 창출하고 소비의 창출이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켜 사회에 환원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이익도 나지 않는데 나누기부터 하라는 소리는 아예 기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중국 기업들은 수교 후 우리 기업들을 추격하는 고삐를 더욱 바짝 당기고 있다. 다같이 부자가 되자는 신념으로 우리를 뒤쫓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은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 ”이라는 덩샤오핑의 말에 이끌려 중국으로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등만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안일하다. 24일은 한중 수교 12주년이 되는 날이다. 앞으로 12년 뒤 한국과 중국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지금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입력시간 : 2004-08-23 1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