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상장 주식의 가격제한폭이 상하 각각 30%로 확대되면 당장 개별 종목의 거래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된다. '상한가 굳히기' 등 주가조작은 물론 일부 투자자들의 투기성 거래도 어려워져 시장가격이 제대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과도한 가격변동을 막기 위해 변동성 완화장치를 도입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가 12일 16년간 유지해온 가격제한폭을 30%까지 늘리기로 한 것은 사상 최악의 침체를 맞고 있는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다.
시장에서는 가격제한폭이 커지면 개별 종목이 더 정확한 적정 시장가격을 찾을 수 있고 거래량도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간 국내 증시에서는 최대 상하 15% 변동폭을 활용해 상한가 굳히기를 한 후 시장가격과 상당히 동떨어진 호가를 제출, 실제 거래를 어렵게 만들어 개별 종목의 거래량을 위축시키는 일이 많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효섭 박사는 "얼마 전 서울반도체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다음날 오전 바로 하한가(15%)까지 떨어진 후 주가가 고정됐다"며 "만약 가격제한폭이 넓었다면 오전에 악재를 전부 반영해 30% 정도까지 떨어진 후 다시 저가매수 물량이 들어오며 하락폭이 줄어 하루 만에 적정 시장가격을 찾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의 악재를 한 번에 반영한 후 다시 적정 주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호가가 제시되기 때문에 가격제한폭이 클수록 거래량은 이론적으로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주가조작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투기거래를 위해서는 현재 하한가(-15%)의 두 배(-30%)로 손실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하루 최대 15%의 손실만 감수하면 투기성 거래가 가능해 일부 급등락 종목에 뛰어들어 개별 종목의 시장가격을 왜곡하는 일이 빈번하다.
금융위는 가격제한폭 확대와 함께 과도한 가격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오는 9월 시행되는 동적 변동성 완화장치 외에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도 도입하기로 했다. 동적 변동성 완화장치는 장중 주가가 호가 제출 직전 체결가격에서 발동가격률(코스피200 종목은 3%, 일반종목과 코스닥은 6%) 이상으로 변동하면 매수·매도 호가를 모아 적정 가격으로 주문을 체결하는 단일가 매매로 전환한다.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는 전일 종가 대비 일정 발동가격률 이상 급등락하면 단일가 매매로 전환한다. 현재와 달리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단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주가가 급변하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특정 종목 발행주식 총수의 0.5% 이상 공매도 잔액을 보유하면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공매도 잔액 공시'도 도입한다. 가격제한폭이 늘어날 경우 외국계 등 기관투자가들이 특정 종목을 공매도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시 의무를 어길 경우 과태료 등을 부과할 계획이다.
상하 30%의 가격제한폭은 거래량과 유동성이 풍부한 유가증권시장에서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현물과 연계된 개별주식선물(15%)과 코스피200선물(10%)도 함께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