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두 축인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특정 변수에 우리 경제가 너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 업체의 부분 파업 여파로 8월 생산ㆍ소비ㆍ투자 지표가 줄줄이 급락했는데 경제가 점차 내성을 잃고 대내외 충격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의 부분파업이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으며 광공업 생산은 물론 소매판매ㆍ설비투자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물량은 지난달 11만5,000대로 추정된다.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17.3%), 기계장비(-4.7%) 감소에 큰 영향을 받아 전달보다 0.7% 감소했다. 6월부터 석 달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 및 부품(9.1%)과 의복 및 모피(15.3%) 등이 선전하기는 했지만 자동차 파업의 충격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자동차 파업이 광공업 생산을 약 1.8%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업의 제품 출하도 급감했다. 8월 생산자제품 출하가 전달보다 3.1% 감소한 가운데 내수 출하가 4.9%, 수출 출하가 1.0% 줄었다. 전체적으로 내수 부진의 여파가 컸다는 얘기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8%로 2009년 5월(73.6)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제조업 재고율도 전달에 비해 8.7%포인트 상승한 116.8%을 기록했는데 2009년 1월(122.5%) 이후 최고치다.
자동차 파업은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끼쳤다. 8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3.0% 감소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덩치가 큰 내구재 가운데 컴퓨터ㆍ통신기기, 가전제품 소비는 증가했지만 승용차가 감소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설비투자 급락이다. 전월 대비 13.9%나 감소했는데 2003년 1월(-15.2%) 이후 최대 낙폭이다. 운송장비에 대한 설비투자가 33.2%나 줄었고 기계류도 10% 감소했다. 제조업이 부진하면 서비스업이라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도 신통치 않다. 8월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 전문ㆍ과학ㆍ기술 등이 감소하며 전달 대비 0.3% 줄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8월 지표는 자동차 파업ㆍ태풍ㆍ추석이동 등 일시적인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추석이 9월 말로 이동하면서 명절 수요가 9월로 이연된 것도 부정적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파업 종료로 9월 경제지표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하반기 경기 여건은 너무나 불안하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0.5포인트)는 물론 향후 경기를 예고해주는 선행지수(-0.2포인트)까지 하락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