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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90년대가 응답할 수 있는 것은 풍요로웠던 시간만은 아닐 것이다. 1997년 겨울에는 90년대 말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사회적 분위기를 지배하게 될 ‘IMF 구제 금융’이라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제는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1997년 겨울 IMF로 첫 걸음을 디뎠다.
오는 18일 첫 방송되는 MBC 수목 미니시리즈 ‘미스 코리아’는 90년대 초중 반까지의 달콤한 맛 대신 1997년 IMF과 그 이후를 기억하는 쓰디쓴 90년대의 뒷맛을 그린 드라마로 16일 논현동 파티오 나인에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배영 MBC 드라마 국장, 김상호 CP, 김수정 홍보 국장, 미스코리아의 제작사 SM C&C의 정창환 대표, 권석장 피디, 출연 배우 이연희, 이선균, 이미숙, 이성민, 송선미, 이기우, 고성희 등이 참석했다.
“IMF 시대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 절박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의 사랑이 작품의 주제”라며 “1997년에 IMF가 터졌고 이것이 이 사회에 끼친 영향력은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고, 또 극한으로 치닫게 한 IMF라는 외부 요소와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며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권석장 피디는 작품의 배경을 1997년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미스 코리아’는 1997년 IMF 한파가 불기 시작했던 몇 개월 간을 주요 배경으로 한다. KAL기 괌 추락 사건으로 229명이 사망하고 전 국민이 충격에 빠진 일로 1997년 미스코리아 대회는 건너 뛸 뻔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8월에서 12월로 미뤄져 대회는 회를 계속하게 됐다. 그렇게 여름에서 겨울로 늦춰진 미스코리아 대회를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온갖 견제와 음모, 오해, 야합, 비리, 불평등, 경쟁을 뚫고‘퀸’이 되려는 여자 주인공 오지영(이연희 부)과‘퀸 메이커’를 자청한 남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구조조정의 한파에 몰린 백화점의 ‘발랑 까진’ 엘리베이터 걸과 다 망해가는 화장품 회사의 ‘지식인 마초’김형준 사장(이선균 분), 벼랑 끝에 선 두 사람은 어설프지만 눈물 나게 절박한 퀸 만들기에 도전한다.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은 이선균은 서울대 출신의 비비 화장품의 김형준 사장 역을 맡아 망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분투한다. 이선균은 “서울대 출신이지만 (극중에서)별로 엘리트다운 것은 없고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보니 찌질하고 매일 맞고 돈 꾸러 다니고, 댄디하거나 엘리트적인 모습은 없다”며 극중 캐릭터를 설명했다.
김형준 사장이 사채를 쓰고 돈을 꾸러 다니는 모습은 IMF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사채가 없었던 적은 없지만 사채가 사회적 구조적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기 때문이다.
‘못 받은 돈 받아다 주는’사채 깡패 역할은 배우 이성민이 맡았다.
이성민은 “인물들이 절박한 벼랑 끝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제 캐릭터가 어떤 벼랑 끝에 서 있는지 생각 많이 하고 그러면서도 유쾌하게 캐릭터를 풀려고 노력했어요”라며 극중 퇴물 깡패 사채 업자 정 선생에 대해 설명했다. 유쾌한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그는 극중 사채업자 김형준 사장에게 돈을 받아내려 비비 화장품에 투입되지만 김 사장의 편이 되며 퀸 미용실의 마애리 원장(이미숙 역)과 함께 웃음 코드를 맡았다.
여자 주인공 오지영 역을 맡은 배우 이연희는 “그 동안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 준비하면서 조금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이 역할 하면서 좀더 주위 분들에게 거칠게 대하려고 노력했다”며 “엘리베이터 걸에서 고참으로서 동생들을 쥐락펴락하는 강한 역할이라 재미있고 새로운 것이라서 흥분되기도 한다”고 연기 변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미스 코리아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수영복을 입는 장면, 목욕탕 신 등은 찍기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도 이었다”고 촬영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미스 코리아’는 ‘파스타’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권석장 감독과 서숙향 작가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으며 첫 방송은 오는 18일 밤 10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