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내놓은 공동선언문의 주요 내용은 여러모로 실효성이 의심된다. 경기회복으로 통화정책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는 선진국의 입장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금융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는 신흥국의 불만을 어정쩡하게 봉합한 탓이다.
선언문은 신흥국 입장을 고려해 "선진국은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지속과 파급효과를 고려해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펴고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선진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이나 경제성장 전망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정상화돼야 하고 이는 중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영국 등 선진국 편도 들었다. 선진국의 적절한 양적완화 축소는 막대한 돈 풀기에 의존하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언문은 "앞으로 다양한 정책전환이나 각국 상황에 따라 자산가격이나 환율 조정이 발생할 것"이라며 "최우선 대응책은 국내 거시정책이나 구조, 금융정책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진국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발생할 경우 각국이 경제 펀더멘털 개선 등으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신중한 통화정책'이나 '시장과의 소통'은 그야말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재닛 옐런 의장 등 연준 인사들은 "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신흥국 불안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장과의 소통 강화'도 신흥국 달래기에 불과하다. 미국·영국 등의 실업률이 목표치에 도달하면서 이들 중앙은행 내부인사들조차 새로운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 마련에 애를 먹는 마당에 획기적인 대안이 나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5년 뒤 글로벌 성장률 2%포인트 이상 제고'라는 목표는 심리적 안정효과를 제외하면 비현실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초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이 방안은 각국이 구조개혁·투자확대 등에 공동전선을 형성, 앞으로 매년 성장률을 0.5%포인트씩 올려 5년간 총 2조2,500억달러가량의 국내총생산(GDP)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물가나 성장률 등에 대한 각국 사정이 달라 전세계가 성장률 제고라는 단일목표 아래 모일지 의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브라질 등 이른바 '5대 취약국(Fragile Five)'은 올해 모두 선거를 앞두고 있어 구조개혁의 추진력이 떨어진 실정이다. 홍콩 소재 스코티아뱅크의 사차 티하니 통화전략가는 "현실적 목표가 아닌 낙관론을 심어주기 위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또 이번 공동선언문은 미 의회에 오는 4월까지 IMF 쿼터 개혁안을 비준하라고 촉구했지만 메아리 없는 함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 의회는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IMF 쿼터 예산안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 미봉책에 그친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갈등은 앞으로 선진국 출구전략이 본격화할 경우 또 한번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