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형오의 게임이야기] 로컬라이제이션

게임을 수출하는 회사가 현지 고객을 위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이라고 한다. 충실하게 번역된 자막과 매뉴얼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게이머가 직관적으로 플레이 방법을 알 수 있는 슈팅, 액션 장르 등은 번역되지 않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퀘스트ㆍ이벤트의 목적을 언어로 전달하는 롤플레잉, 전략게임 등은 번역이 잘 돼야만 게임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온 외산게임 가운데는 한글화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게이머들의 불평을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해외의 개발ㆍ유통회사가 현지화에 소극적인 경우다. 명성있는 개발사들은 어떤 수준이건 남의 손에 의해 소스가 손질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또 대형 퍼블리셔들은 사용 인구가 많은 언어만을 현지화해주는 것을 관행으로 삼고 있다. 미국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판권을 넘긴 국내업체에 한글화작업을 맡기지 않고 한국 실무자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직접 한글화작업을 수행한다. 그러다 보니 이 작업이 충분히 관리ㆍ감독되지 못할 뿐더러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일본 스퀘어사의 `파이널판타지` 7탄(PC용)과 8탄도 한글화되지 못한 채 출시됐다. 한글화가 미흡한 두 번째 이유는 판권을 확보한 국내 퍼블리싱 회사가 마케팅상의 이유로 한글화를 의도적으로 생략하는 경우다. 전세계 동시 발매되는 게임의 경우 한글화를 위해 시간을 끌면 출시 타이밍을 놓치거나 정품판매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외국어 버전을 출시한 다음 한글버전을 내놓는 게 실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최근 출시된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3` 한글버전에 버그가 생겨 게이머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영어판 오리지널이 나온 지 한참 지나 한글판을 내면서 그나마 부실한 상품을 내놓았다고 하니 한국시장이 `봉`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국내 회사들도 게임을 수출할 때 보다 충실한 현지화 서비스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게임브릿지 대표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관련기사



김창익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