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막바지 이른 STX 구조조정] 조선계열사 중심 슬림화 가속… 해외자산 매각이 핵심 변수

산은 STX팬오션 포기… 선택과 집중에 힘실려<br>STX다롄·프랑스 등 해외 조선소 조기매각땐 2조원 자금 유입 숨통<br>매각지연땐 채권단 갈등… 법정관리로 흘러갈 수도

STX조선해양에 대한 채권단의 실사 결과 계속기업가치가 더 높게 나와 STX그룹의 구조조정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STX다롄 조선해양기지 모습. /서울경제DB


채권단의 실사 결과 STX조선해양의 계속기업가치가 높은 쪽으로 나옴에 따라 STX그룹의 구조조정 작업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그동안 여러 차례 밝혀왔던 조선업 중심의 슬림화된 구조조정을 위한 핵심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같은 줄기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STX팬오션이 지난 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떨어져 나간 점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조선업 중심의 구조조정 추진 계획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 계열사 중심의 구조조정 속도 낼 듯=지난 4월3일 STX조선해양이 첫 자율협약을 신청한 후 채권단이 STX그룹 계열사에 쏟아 부은 돈은 1조9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STX조선해양·STX중공업·STX엔진 등 조선계열사에만 들어간 돈이 72%인 7,900억원이다. 지주사인 ㈜STX에는 3,000억원을 지원했다. 그동안 투입된 돈의 비중만 봐도 채권단의 의중을 알 수 있다. STX그룹을 조선 위주의 슬림화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7일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까지 많은 논란이 제기됐지만 산업은행이 STX팬오션을 포기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산은의 고위 관계자는 "STX는 새 정부 들어 첫 번째 구조조정을 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팬오션의 처리도 미시적인 관점이 아닌 큰 그림에서 결정한 것"이라면서 "과거와 달리 경기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계열사를 끌고 가는 것은 구조조정이 아니다.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실사 결과는 채권단이 그려왔던 조선업 중심의 슬림화된 구조조정 작업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채권단은 STX조선해양 등 조선계열사에 물려 있는 대출 익스포저나 선수금환급보증(RG) 규모 등을 봤을 때도 자율협약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STX팬오션은 채권단의 협약채권보다 비협약채권이 많아 법정관리 행이 오히려 유리했지만 조선 계열사들은 그 반대다. 지난 3월 말 기준 STX조선해양 등에 대한 금융원의 대출채권 및 유가증권 익스포저는 3조원, RG보증액은 3조8,023억원 등으로 6조원이 넘는다. 반면 비협약 채권인 회사채 상환액은 1조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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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STX팬오션과 달리 STX조선을 비롯한 조선 계열사들은 협약채권이 비협약 채권보다 많다"면서 "STX조선해양 이후 STX중공업과 STX엔진의 실사 결과가 순차적으로 나오는 만큼 이들 조선 계열사 위주로 살리는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위주 경영정상화…해외 자산매각이 변수=STX그룹이 조선 계열사 위주로 슬림화된다고 해도 경영정상화까지 가려면 남은 과제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인 해외 자산 매각이다. STX그룹은 당초 알짜기업으로 분류됐던 STX팬오션을 매각해 그 돈으로 구조조정 작업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각작업과 산은 인수가 무산되고 법정관리로 넘어감에 따라 STX그룹에 남아 있는 것은 STX다롄·STX프랑스·STX핀란드 등 해외 조선소들이다. 이들 해외 자산매각이 조기에 이뤄지면 약 2조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돼 채권단 입장에서는 신규자금 투입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STX다롄의 매각 여부는 조선업 중심의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현재 중국 공기업에 매각을 추진 중인 STX다롄은 중국은행에서 빌린 차입금 규모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차입금에 대해 ㈜STXㆍSTX조선해양ㆍSTX중공업ㆍSTX엔진 등이 연대보증을 서고 있다. 이 때문에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연대보증을 선 이들 4개 계열사는 차입금 만기도래시 1조5,000억원을 추가로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오롯이 채권단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STX그룹의 구조조정이 조선 계열사 위주로 재편된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빨리 해외 자산을 매각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경영정상화가 판가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매각이 지연돼 채권단이 부담해야 할 몫이 늘면 언제든지 채권단 간 갈등으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포스텍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문제, 지주사인 ㈜STX처리 문제와 STX팬오션 법정관리 진행 중에 벌어질 채권단과 회사 측의 갈등 등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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