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홀딩스가 또다시 자회사인 SBI저축은행에 4,688억원의 천문학적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지난해부터 다음달까지 쏟아부을 돈만 무려 1조1,345억원. 이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자산운용)의 시장 가격(1조1,500억원)에 상응하는 액수다. 규모가 이 정도이니 SBI홀딩스가 한국으로 자금을 쏠 때마다 원·엔 환율이 휘청거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계속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SBI그룹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현 SBI저축은행)과의 첫 만남은 1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2년 5월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SBI코리아파이낸셜은 43억3,000만원으로 현대스위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당시 현대스위스의 한 주 가격은 SBI코리아파이낸셜의 참여로 1만원으로 뛰었다. SBI그룹이 참여하기 직전 현대스위스와 인연을 맺은 머서사는 주당 6,000원에 지분을 인수받은 바 있다.
12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SBI저축은행의 주식은 현재 한 주당 5,000원으로 반 토막 났으며 주주의 유상증자 없이 자생할 수 없는 저축은행이 돼버렸다.
현대스위스의 부실은 다른 퇴출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과도하게 손을 대면서부터 시작됐다.
2010년 6월 말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7.36%, 고정이하여신비율 7.89%를 기록해 8·8 클럽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등 부실 조짐이 보이더니 2011년 12월 말에는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이 5% 미만에 해당돼 경영 개선 계획을 수립해 재무 비율을 제고하도록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 개선에 대한 요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2월 2,000억원대의 유상증자로 7%대 BIS 비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곧바로 실시된 금융감독원의 부문검사로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눈물겨운 회생작업…속 타는 실적=지난해 3월 금감원은 SBI저축은행에 경영 개선 명령을 내리고 올해 3월까지 BIS 비율을 6% 이상 유지할 수 있도록 자본금 증액을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SBI홀딩스는 이에 따라 지난해 2월(2,375억원)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8월 2,434억원, 10월 28억원의 추가 증자 자금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말에는 1,820억원의 증자금을 추가로 넣었으며 다음달 들어올 증자대금(4,688억원)까지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물 건너 들어왔다.
SBI홀딩스의 이 같은 눈물겨운 지원에도 불구, SBI저축은행의 회생 능력은 한 걸음도 진전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2년 회계연도 반기(2012년 7~12월)에는 1,314억원의 순손실(계열사 포함)을 기록하더니 2013년 회계연도 반기(2013년 7~12월)에만 2,68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유상증자가 대거 들어오기 시작한 2013년 8월 이전에는 5,091억원 상당의 순손실(2013년 1~6월)을 내며 휘청거리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경영 개선 명령대로 △유상증자 단행 △부실채권(NPL) 매각 △경비 절감 △배당 제한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SBI저축은행의 반기보고서 검토를 맡은 대주회계법인도 "회사의 자금 조달 계획과 안정적인 영업이익 달성을 위한 재무 경영 개선 계획에 차질이 있는 경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어렵다"고 주석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