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파업 그만하고 목돈 좀 만져보자"
무분규 타결땐 1인당 600~700만원 챙겨"파업 해봐야 실익도 없어" 노조원 불만 고조주변 음식점도 식대 할인 등 반대여론 동참
울산=곽경호 기자 kkh1108@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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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파업 좀 그만하고 현대중공업처럼 온전하게 목돈 한번 만져봅시다.”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에 근무하는 A(45ㆍ울주군 범서읍)씨는 28일 “최근 노사협상 결렬로 노조가 파업 결의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한 아내로부터 심한 푸념을 듣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우리 동네에는 현대중공업ㆍSK㈜ 등 지역 대기업체 근로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탓에 해마다 이맘때면 서로들 남편이 성과급을 얼마씩 받았다는 이야기를 자랑처럼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요즘 아내의 근심이 무척 깊어진 것 같아 가슴이 쓰리다”고 털어놓았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본격적인 파업수순에 돌입하면서 상당수 노조원들 사이에 “파업으로 노사협상을 타결해봐야 실제 조합원들에게 돌아오는 게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회사 측의 철저한 ‘무노동 무임금’ 적용으로 실익 없는 파업이 될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
현대자동차는 지금까지 노사협상 관례에 비춰 협상 타결시 통상급의 200~300%에 달하는 성과급과 100만~200만원의 타결 격려금 등을 지급해왔다. 올해의 경우도 현재 회사 측의 제시안에는 ▦성과급 300% ▦타결 격려금 100만원 등이 포함돼 있어 단순 계산상으로는 조합원 1인당 평균 600만~700만원의 목돈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사측이 최근 들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바람에 파업이 강행될 경우 타결되더라도 조합원들이 실제 챙길 수 있는 목돈은 이보다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대차 조합원들은 올 초 ‘성과급 차등지급’ 문제로 촉발된 총 13일간의 파업과 지난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 등을 통해 이미 1인당 평균 110만원의 임금손실을 입었다.
여기다 이번 협상결렬로 노조 측이 이번주 말부터 특근을 거부하기로 한데다 다음달 초 본격 파업에 나설 경우 조합원들의 임금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노조원들은 “파업으로 협상을 타결해봐야 막대한 임금손실로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며 반(反)파업 기류를 확산시켜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원 김모(42)씨는 “여론의 뭇매만 맞고 실익은 없는 파업에 상당수 노조원들도 염증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원들의 이 같은 반파업 분위기와 때를 같이해 울산 지역 음식점들이 현대자동차가 올해 임단협을 무분규 타결할 경우 음식값을 일정기간 할인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음식업중앙회 울산지회 남구지부 소속 음식점들은 이날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무분규 타결시 타결시점부터 전 시민들에게 보름 동안 음식값을 10% 할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음식점주는 “현재 300여개 음식점들이 동참한 가운데 조만간 남구지역 4,000여개 전업소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영세 음식점주들의 무분규 타결 염원에 현대차 노조도 적극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07/08/28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