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화·기술 따라 진화하는 인공물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김영사 펴냄


나이프(칼) 두 개를 사용하는 식사법은 투박하고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한때는 가장 세련된 식사법으로 여겨졌다. 중세시대에는 최고로 격식 있는 만찬 자리에서 양손에 나이프를 하나씩 들고 식사를 했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에 든 나이프로 고기를 고정하고 오른손에 든 나이프로 고기를 적절한 크기로 썰어 나이프 끝으로 고깃점을 찍어 입에 넣었다. 그러나 끝이 날카롭고 뾰족한 나이프로 고기를 붙잡고 있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고정할 나이프로 접시에 놓인 스테이크를 붙들고 있으려면 그 자리에서 고기가 빙글빙글 돌아버리기 일쑤여서 고기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꽤 애를 써야 한다. 이 같은 불편함과 결함을 덜기 위해 포크가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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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맥도날드의 폴리스티렌 조개껍데기 포장은 햄버거를 포장하는 데 아주 이상적이었다. 안에 담긴 내용물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잘못 흘러나온 기름까지도 빨아들였다. 더구나 햄버거를 상자에 담고 간단하게 뚜껑만 닫으면 포장이 끝났고 열기도 쉬웠다. 그러나 이 포장 방식에 활용되는 포장재는 거의 영구적으로 부식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몰렸고, 맥도날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의 종이 포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적당히 좋은 게 때로는 최고보다 나을 때가 있다'는 점, 모든 물건을 디자인할 때는 당장의 용도뿐 아니라 미래의 상황까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생물이 다양하게 분화하고 진화하는 것처럼, 우리가 별 의미 없다고 여겼던 물건들 역시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전장(戰場)에서 권총을 쏘아 먹어야 했던 통조림을 집에서 한 손으로 간편하게 열기까지, 추위를 피해 옷을 여미기 위한 동물의 뼈가 진화해 단추가 되기까지 등 책은 문화ㆍ정치ㆍ기술의 변천에 따라 진화한 인공물의 역사를 찬찬히 고찰했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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