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4강을 향하여 다시 뛴다

창간 42주년을 맞운 서울경제신문의 다짐 지난 6월은 신났다. 그리고 행복했다. 월드컵에서 축구 4강 신화를 이룩해서만이 아니다. 잠자던 애국심이 분출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국민을 하나되게 한 응원의 열풍과 에너지의 응집을 체험했기 때문만도 아니다. 한국의 참 모습을 세계인에 알리고 그들을 경탄케 했다는 이유에서만도 아니다. 그 행복의 조건들을 모두 아우러 경제4강 실현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했던 것이다. 월드컵 4강은 우리에게 신화나 다름 없었다. 그저 꿈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이는 결코 행운이 아니다. 내재된 잠재력과 폭발적인 추진력이 결합된 결과이다. 월드컵 4강이 꿈이 아니었듯이 경제4강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그 국민적인 엄청난 에너지와 통합력, 그리고 압축성장의 추진력이 결집되면 꿈으로 머물지는 않을 일이다. 나아가서는 21세기 태평양 시대의 중심국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4강의 길은 멀고 험하다. 출발점부터가 어지럽고 걸림돌이 산재해 있다. 대내외 환경이 매우 불안정하고 불투명하다. 미국발 금융불안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속으로 빠져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경제가 10년 넘게 복합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EU권도 저성장 고실업에서 허덕이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의 기관차라는 미국경제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어 보인다. IT를 중심으로 한 신경제의 몰락과 함께 새로운 성장모델의 모색이 불가피하다는 자성론과 일본형 불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론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서 한국은 펀더멘털이 튼튼하여 미국과는 달리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환란에 못하지 않은 위기감은 항상 주위를 떠나지 않고 있다. 산업공동화를 우려하고 10년 후에 무얼 먹고 살아야 할까를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정치상황과 사회적 갈등현상이다. 정권말기에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끝없이 정쟁과 불안을 확대재생산해내고 있는가 하면 국론분열과 계층간 그룹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리더십의 부재와 권력누수현상이 겹쳐 더욱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 6월의 통합력이나 추진 에너지가 무위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만큼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4강을 향한 기회와 도전의 출발시점에, 내외 환경의 혼돈 속에서 서울경제가 창간42주년을 맞아 경제신문으로서 역사적 사명과 시대적 역할을 되새기게 된다. 최고(最古)의 경제정론지로서 한국경제 발전과 맥을 같이 해왔다. 때로는 정책을 매섭게 비판하고 때로는 대안을 제시하여 방향을 바로잡고, 한편으로 기업과 기업인을 응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경제생활을 길잡이 하는 등 매일 매일의 경제사를 충실하게 기록해왔다고 자부한다. 서울경제는 지난 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폐간 당한 후 잃어버린 8년을 결코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아픔을 원망이나 한에 가두워두지 않고 최고(最高)의 경제지를 복원하기 위한 동력으로 삼아 안팎의 고비를 헤쳐왔다. 신문산업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쟁력을 축적했고 자진력도 갖추었다고 확신한다. 이제 다시 제3의 도전을 점화하려 한다. 복간 14년의 청년의 기백과 창간 42년의 불혹의 지혜로, 현실 경제와 흐름을 같이하면서 경제신문으로서 시대적 역할에 충실하고 도전과제인 경제4강 실현의 선도적 기능을 다하기 위해 구각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또 한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려 한다. '경제4강, 서울경제와 함께'를 케치프레이스로 선정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는 서울경제의 소리 없는 선언이며 스스로의 목표와 지향을 확인하는 조용한 다짐이기도 하다. 경제신문의 길은 신문의 부피나 무게에 있지 않고 내용과 질로서 독자만족을 실천하는데 있다고 믿는다. 그 방법론으로 제작방향을 선택과 집중에 두고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자유스러운 입지를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정론을 펼치려 한다. 정책 입안자엔 두려운 비판자로, 부드러운 대안 제시가로, 그리고 기업과 기업인에겐 할말은 하는 친근한 동반자로, 생활인에는 안내자로 함께 하려 한다. 이 같은 다른 경제지와 다른 경제지의 좌표 실천을 위해 자기혁신을 준비 중이며 한차례의 탈피에 그치지 않고 끊임 없이 자전할 것이다. 이 같은 자각과 혁신을 바탕으로 국가적 과제인 경제4강으로 가는 궤적을 같이 하면서 새로운 경제사를 쓰려 한다. 창간42돌의 소회이자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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