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2일] 더비 레이스

1780년 6월2일 영국 런던 인근 엡섬(Epsom). 숨을 고르던 말들이 총성과 함께 뛰쳐나갔다. 1마일(1,609m)의 직선주로를 달린 이날의 경주는 현대식 경마의 출발점. 경마 경기운영과 배당의 틀이 여기서 나왔다. 엡섬 경주의 더 큰 특징은 대중화. 참가와 관객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지역 명물인 온천에 들른 관광객은 누구나 구경하고 돈을 걸 수 있었다. 흥행이 대성공을 거둔 것도 왕과 귀족의 전유물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엡섬 경주는 영국의 간판 스포츠이자 도박장으로 떠올랐다. 첫 대회 이후 해마다 6월 첫째주 수요일에 열리는 전통이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에도 이어져 올해로 226회째를 맞고 있다. 대회의 이름은 ‘더비’. 시합을 처음 기획한 인물인 12대 더비(Derby) 백작 에드워드 스탠리에서 따왔다. 더비의 인기는 공간도 뛰어넘었다. 세계 최대라는 미국의 켄터키 더비를 비롯, 홍콩과 일본ㆍ마카오에서도 가장 큰 경마대회에는 ‘더비’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코리안 더비도 9회째 진행 중이다. 야구의 ‘홈런 더비(홈런 순위)’라는 스포츠 용어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백작 칭호로 내려진 지명이 경마를 통해 확산되며 경쟁을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자리잡은 것이다. 더비 레이스를 시작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경마는 사행성 논란 속에서도 거대 산업으로 커졌다. 연간 마권 매출액 1위 일본에서 8위 아일랜드까지 8개 나라의 공식 마권 매출액만 2004년 기준 112조원. 음성거래까지 합치면 실제 매출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도 여기에 끼어 있다. 5조3,303억원으로 세계 7위. 스위스 로잔 국제경영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32위)를 한참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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