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들여온 쇠고기에서 뼛조각ㆍ다이옥신ㆍ통뼈에 이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로 판정된 척추뼈까지 발견되면서 미 쇠고기의 안전성과 신뢰성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광우병 발생으로 지난 2003년 12월 수입이 중단된 후 3년 5개월 만인 올 5월부터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가 자국의 허술한 검역으로 위기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북핵 문제뿐 아니라 아프간 사태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 쇠고기 검역중단을 쉽사리 수입중단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 발등 찍은 미국=미 쇠고기가 ‘30개월령 미만 뼈 없는’ 조건으로 수입재개가 결정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다. 하지만 미 쇠고기의 국내유통이 본격화된 것은 올 5월. 8개월 이상 미 쇠고기 수입이 늦어진 것은 전적으로 미국 탓이었다.
수입위생조건 개정 후 들어온 미 쇠고기에서 처음에는 뼛조각이 발견돼 전량 반송조치됐다. 미국 측이 실질적 쇠고기 교역을 보장하라고 압박해 우리 측은 뼛조각이 나오더라도 수입물량을 전량 반송하지 않고 해당 상자만 반송 처분하기로 양보했다.
미측의 제 발등 찍기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미 쇠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돼 전량 반송 조치됐고 뼛조각이 아닌 통뼈가 나오기도 했다. 6월에는 미 국내에서 팔려야 할 쇠고기가 수출용으로 둔갑해 국내에 들어왔다 적발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달 말에는 미 광우병 쇠고기 문제와 직결된 SRM으로 분류된 척추뼈가 발견됐다. 농림부는 척추뼈 건을 포함해 지난해 10월 이후 미 쇠고기가 검역 불합격 조치로 ‘전량 반송’된 건만도 15차례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단순 실수라고 해명해왔고 국내 검역당국도 별다른 조치 없이 가능한 쇠고기 교역이 중단되지 않는 방향으로 대처해왔다. 그러나 미측의 연이은 수입조건 위반 과정에서 국내 한우농가와 민주노동당 등이 전면 수출금지를 주장하며 반발해온데다 SRM 검출로 광우병 위험에 대한 소비자의 경각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미 쇠고기는 수입중단 등 최대 위기에 놓이게 됐다.
◇수입중단까지는 연결 안될 듯=정부는 일단 이번 문제에 대해 전면 수입중단이 아닌 검역중단 조치를 내렸다. 수입중단은 통관 대기 중인 미국산 쇠고기까지 모두 반송 또는 폐기하고 미측의 한국 수출작업장의 선적을 일제히 중지시키는 조치다. 이에 비해 검역중단은 검역절차만 중지해 국내 유통을 막는 수준이다. 미 수출업체의 선적 및 미 쇠고기의 한국 도착은 가능한 셈이다.
농림부는 “위생조건 위반시 수출국에 해명에 필요한 시간을 주도록 돼 있다”며 “미측의 원인 설명과 보완조치 등을 검토한 뒤 내용이 미진할 경우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미측 검역오류가 잦고 1월 일본이 척추뼈 발견시 미 쇠고기에 대해 전면 수입중단을 취한 바 있어 정부가 수입중단으로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쇠고기 문제가 미 조야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어서 한미 FTA 비준, 북핵 문제, 아프간 사태까지 미국 측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쉽사리 수입중단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처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척추뼈를 광우병 SRM으로 판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측이 성실한 자세로 오류를 처리하면 수입중단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