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구에 '선택과 집중'을] 2.시스템 제대로 갖춰라

지자체에 손발묶인 구역청 "인사·예산권 없어 독자업무 거의 못해"<br>인력 2~3년마다 교체 연속성 떨어…외자유치'원스톱시스템' 구축도 시급

경남도민들이 지난 4월27일“부산신항의 명칭을‘진해신항’ 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명칭사수대회를 열고 있다. 부산신항 부지가 두 지자체에 걸쳐있다는 이유로 시작된‘명칭 갈등’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 업무 중 중요 사안은 매번 부산시와 경남도 양쪽에 보고하고 협의해야 합니다. 구역청장도 부산시장이나 경남도지사와 번갈아 만나며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모 간부는 업무 추진의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두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출자해 조합형태로 구역청을 만들어 놓아 둘 다 구역청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가졌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 간부는 “사실상 구역청장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업무는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추진력이 생길 수 없는 구역청 구조=부산진해구역청은 ‘한 지붕 두 가족‘이다. 정원 155명 중 개방직과 계약직을 제외하고 부산시와 경남도 공무원이 각각 65명이 파견돼 있다. 이들은 2,3년마다 본청으로 복귀해야 한다. 양 시도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친정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떠나야 하는 공무원들이라 구역청 업무에 대한 애착도 없다. 자주 교체되는 바람에 업무의 연속성도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다. 구역청 한 관계자는 “미국에 연수를 다녀온 쓸만한 인재는 본청과 떨어져 있어 승진 등 인사에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해 지원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부산신항 이름 짓기를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는 추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경남과 전남이 출자해 조합을 만든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이나 인천시의 출장소 형태로 운영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똑 같은 양상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으로 싱가포르나 상하이 푸동, 홍콩과 경쟁한다는 데 대해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완전 독립된 자치권 부여 해야=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22일 ‘경제자유구역청 특별지방자치단화 방안’이라는 용역을 한국행정연구원에 발주, 오는 22일 결과를 발표한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경제자유구역내 교통,환경,개발,투자유치,건축 인허가,병원 및 학교설립 허가권 등을 위임 받는 ‘광역단체연합’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관련 광역자치단체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눈치보기 개발이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지자체의 신청에 의해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시작됐지만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지자체나 정부에서 완전 독립된 특별자치권을 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부여하는 특별자치도 수준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중앙 정부의 예산 지원도 미흡하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3일 부산진해구역청에서 장수만 청장을 비롯한 과장급 이상이 참석한 중간용역 보고서 검토회의에서는 “재경부가 구역청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재원 조달에 있어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부산발전연구원 경제산업연구부 주수현 박사는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어떤 형태가 되든 중앙 정부에서 예산을 직접 지원하고 인사, 재정권 등에서 완전한 독립이 보장돼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자유치 원스톱 시스템 도입하라=한국에 투자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 기업인들이 하나같이 어려워하고 있는 부분은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정보, 투자인허가, 인센티브, 산업입지, 공장건설 등에 이르기까지 통상산업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부처마다 돌면서 개별 신청을 해야한다. 영국의 경우 지역개발청에서, 아일랜드는 IDA에서 말레지아는 MID 등에서 일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3개 구역청을 관장하고 있는 재정경제부 산하 경제자유구역기획단의 역할도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 30여명의 직원 중 대부분이 다른 부처에서 파견돼 있지만 부처간 조정업무에 그치고 있다. 핵심 업무라고 할 수 있는 개발계획과 투자 유치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재경부가 뒤늦게 지난달 26일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 수립과 외자유치 등을 위해 ‘실무자문회의’를 구성했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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