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권성철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펀드를 처음 만들었을 때의 원칙과 소신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면 국내시장에서도 가치투자 펀드가 중장기 대형펀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권성철(54)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변동성이 큰 한국시장에서 가치투자펀드로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일시적인 부침은 있겠지만 장세 변동과 무관하게 펀더멘털에 근거한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다 보면 투자자들에게 환영받을 때가 분명히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 사장은 지난해 6월 한투운용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현대증권에서 조사ㆍ국제 담당 전무로 일하다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겨와 고문으로 일한 지 4개월여 만의 일이다. 권 사장이 한투운용의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이 일었다. 특히 30여년째 금융 관련 분야에서 일해온 그의 이력을 감안하더라도 펀드 운용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투신운용사 CEO로 올라선 것 자체로도 화제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권 사장은 취임 6개월 만에 이 같은 주변의 우려를 신선한 아이디어와 자신감으로 일거에 잠재우고 있다. 오히려 투신업계 경력이 전혀 없어 관행에 물들지 않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는 평가다. 권 사장은 “국내시장에서 채권은 1년, 주식은 6개월 투자면 장기투자로 보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의 단기적인 투자성향에 맞추다 보니 대부분의 펀드가 단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시장에서도 제대로 된 `가치투자 펀드`가 나올 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거꾸로 펀드`도 권 사장의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상품은 대형주 위주의 주식형 펀드에 반기를 든 펀드. 쉽게 말해 기존의 주식형 펀드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심으로 펀드를 구성했다면 `거꾸로 펀드`는 개별 종목의 가치가 현 주가보다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발굴,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거꾸로`라는 재미있는 이름도 사실은 기존의 펀드들이 거쳐온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담긴 이름이다. 권 사장의 운용철학이 물씬 풍기는 상품이다. 권 사장은 펀드의 기획에서부터 상품이름 짓기와 마케팅 활동에 이르기까지 직접 참여해 실무진과 의견을 교환하고 아이디어도 제시한다. 권 사장은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펀드들은 이름만 다르지 사실상 모두 대동소이하다”며 “거꾸로 펀드는 다른 펀드들처럼 종합주가지수를 모방하거나, 시장상황에 따른 모멘텀 투자를 하지 않고 오로지 저평가된 가치주(value stock)에만 투자해 중장기적인 수익을 실현하는 펀드”라고 강조했다. 물론 거꾸로 펀드의 포트폴리오에는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편입 비중은 다른 성장형 주식형 펀드들의 10분의1 수준인 2%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주식형펀드들이 지수(Index)를 따라가는 형태인 것과는 달리 거꾸로 펀드는 종목 선정부터 운용방식까지 기존 상품과 모두 `거꾸로`인 셈이다. 거꾸로 펀드는 펀드가 설정된 지 한달 만인 지난 26일 현재 331억원의 판매실적에 5.32%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연내 1조원, 중장기적으로는 3조원 규모의 대형 펀드로 육성한다는 게 권 사장의 목표다. 권 사장은 무한경쟁에 직면한 투신업계의 발전방향과 관련, “어떤 회사는 덩치를 키울 것이고, 어떤 회사는 전문화된 운용사로 변신해 생존력을 시험할 것”이라며 “한투운용이 30여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최고(最古)가 반드시 최고(最高)는 아니듯 급변하는 금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증시전망에 대해 “연내 1,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중장기적인 주가흐름은 경제성장률 추이와 같이 움직이는데 국내 경기는 이미 지난해를 바닥으로 회복세에 진입한데다 풍부한 국제유동성에 힘입은 외국인 매수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역사적 고점인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 사장은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주가가 800선에 진입하면 대개 6개월 정도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곤 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이번 랠리 역시 오는 3~4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일시 조정을 받더라도 하반기들어 내수경기가 회복되면서 상승 추세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시간 걸리더라도 원칙ㆍ기본 중시 권성철 한투운용 사장은 다양한 이력과 취미를 가진 팔방미인형 최고경영자(CEO)다. 모두 금융 관련 분야이긴 하지만 대학 교수에서부터 외국계 증권사 포트폴리오 매니저, 언론 전문기자, 증권사 임원, 투신사 CEO에 이르기까지 경력이 화려하다. 특히 5년간의 전문기자 생활은 그로 하여금 뛰어난 화술에다 균형적인 시각의 글 솜씨를 갖춘 다재다능한 CEO로 만들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는 바쁜 업무 중에도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최신 개봉 영화 한 편을 반드시 관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중문화 마니아이기도 하다. 또 다양한 이력만큼이나 지인들도 많다. 그는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는 고집스러운 CEO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금융시장 환경이지만 그 속에서도 원칙과 소신대로 운용하다 보면 결국 고객들도 믿고 돈을 맡길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고객과의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자산운용의 출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0여년의 사회생활 중 초창기 10여년을 학자로 보낸 그의 고지식한 고집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부분이다. 펀드매니저들에게 펀드 운용에 대한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한 것도 경영은 하되 운용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그의 경영원칙에서 비롯됐다. 권 사장은 “CEO로 취임한 뒤 고객의 돈을 불린다는 `기본`에 충실하고, 고객의 욕구에 맞고 리스크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등 `품질`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고객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켜나가고 있는지 꾸준히 점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력 ▲68년 부산고 졸, 서울대 경영학과 ▲83년 미 일리노이대 재무학박사 ▲83년 미 버지니아주립대 조교수 ▲88년 미 메릴린치 포트폴리오 매니저 ▲91년 고려증권 조사ㆍ국제 담당 이사 ▲94년 중앙일보 증권ㆍ금융 전문위원 ▲99~2001년 현대증권 조사ㆍ국제 담당 전무 ▲2003년 6월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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