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불확실한 세계경제… "금값 오름세 지속된다"

달러·약세·인플레 우려에 헤지성·투기 수요 크게 늘어<br>S&P "9∼12개월내 1,200∼1,500弗까지 오를수도"



'빛나는 골드 랠리는 세계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의 또 다른 모습인가'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의 금값 상승이 '이유 있는 랠리'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금 값 강세론자들은 투자자들의 골드 러시에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배경에 깔려있다고 지적하면서 온스 당 1,000달러 시대는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더딘 회복으로 인한 세계 경제 성장 둔화는 물론 달러의 약세, 인플레이션 우려 등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한 축이 된다. 물론 달러 약세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한 헤지성 수요가 랠리를 촉발하는 1차 요인임은 분명하다. 또 단기적으로 과도한 상승은 추가 랠리의 여력을 제한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금값 상승은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강세론자들의 견해다. 바클레이스는 최근 투자 보고서를 통해 "금값 상승의 모멘텀은 단기적으로 약화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와 달러 약세 등 거시경제 환경은 금에 대한 선호를 일으키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금 랠리가 금 투자자 외에는 그다지 달가운 현상이 아닌 셈이다. 금 값은 그 동안의 심리적 저항선인 온스 당 1,000달러를 쉽게 넘었다. 선물 가격(12월 인도분)은 지난 8일 장 중 1,0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주전부터 온스 당 1,000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 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1,100달러를 넘어섰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 온스 당 700달러대로 떨어지자 금값의 1,000 달러 돌파 여부가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른 적이 있다"며 "온스 당 1,000 달러를 다시 무너뜨린 금값은 향후 9~12개월 내 1,200~1,50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금은 전통적으로 경제 상황이 불투명해지면 수요가 늘어나는 안전투자처로 꼽힌다. 세계 경제는 큰 위기를 벗어났고 시장의 패닉도 가라앉았지만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튈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당장의 디플레이션 리스크와 더불어 미래의 인플레이션이 혼재하는 가하면 회복의 곡선도 어떻게 될 지 견해가 엇갈린다. 금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자처다. 그러나 같은 안전 자산이라도 금은 미국 재무부채권(TBㆍ국채)과 조금 다르게 움직인다. 극단적인 패닉이 발생하면 현금과 현금 등가물인 TB에 우선 순위가 밀린다. 1년 전 리먼 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대표적이 사례다. 달러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1,500원까지 치솟았다. 미 국채는 없어서 못 살 정도로 극심한 투자 쏠림 현상을 빚었다. 2년 미만의 단기 물 국채 수익률은 제로까지 떨어져 미 국채 거품론까지 일었지만 금은 랠리를 멈췄다. 지난해 9월 온스 당 930달러에서 11월 750달러로 떨어졌다. 반대로 지난 3월부터 세계 경기회복 조짐이 일자 미 국채와 달러가치는 떨어졌지만 금값은 지난 4월부터 8월말까지 16% 상승했다. 주가 상승률 50%에 비해서는 낮지만, 국채 가격이 떨어진 것과는 분명히 대조된다. 투자 안전성을 순서로 매긴다면 달러-미 국채-금-우량 채권-주식-투기등급채권 등의 순이다.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다면 다음 관문은 인플레이션이 기다리고 있다. 금은 인플레이션을 아주 좋아한다. 금과 은, 원유 등 귀금속과 원자재는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이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금값은 80년대 초 유가 발 세계 인플레이션이 절정에 달했을 때 온스 당 2,000달러에 육박했다. 현물 시장의 금값 600달러와는 3배 이상 차이다. 세계 경제가 낙관적 시나리오를 전개된다면, 이를 테면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의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보인다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각국 중앙은행이 적절한 시기에 출구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야 하지만, 경기 회복이 더딘 마당에 선제적 대응은 쉽지 않다. 경기가 좋지 않아 금에 대한 장식 수요가 줄어들어도 헤지성 수요는 이를 상쇄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이 올 봄까지 금 보유량을 115톤에서 267톤으로 늘리는 등 이머징마켓 중앙은행은 금 보유고를 늘리는 추세다. 달러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포토폴리오 재편인 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