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는 이렇게 인연이 없나.' 한국 레슬링의 간판 스타로 군림해온 김인섭(31.삼성생명)이 끝내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영광과 좌절이 교차했던 매트와 작별을 고하게 됐다.
아테네올림픽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접겠다고 했던 김인섭은 25일(한국시간) 아테네 아노리오시아홀에서 열린 그레코로만형 66kg급 최종 예선에서 지미 사무엘손(스웨덴)에 1-3으로 역전패해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2002부산아시안게임 우승 뒤 은퇴하려다 한번만 더 도전해보라는 주위의 권유를받아들여 다시 매트에 올랐던 김인섭은 이로써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4대 주요 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 달성의 꿈도 수포로 돌아갔다.
금메달을 지난달 얻은 아들 재성이의 목에 걸어주겠다며 이를 악물었던 김인섭의 투지도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했고 패자가 무슨 말을 하겠냐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쓸쓸하게 경기장을 떠났다.
레슬링인들은 그를 비운의 사나이라고 부른다.
지난 98년 세계선수권 58kg급 우승 이후 한때 41연승까지 줄달음치는 등 무적신화를 이뤘고 지난 99년 세계선수권 2연패, 아시안게임 2연패('98 방콕, 2002 부산), 올 아시아선수권 우승 등 세계를 좌지우지했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만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성기를 달려 적수가 없다던 4년전 시드니대회 58kg급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 암초를 만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예선전 재경기로 체력이 소진된 데다 손가락과 늑골 인대를 다치는 불운속에 진통제를 맞고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은메달을 따는데 만족해야 했던 것.
시드니올림픽 뒤 체중 감량의 부담 때문에 체급을 63kg급으로 올린 김인섭은 2002년 레슬링 체급 자체가 완전 변경돼 울며겨자먹기로 66kg급을 택했으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이후 눈에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
이 때문에 김인섭은 올 초부터 태릉선수촌에서 강도높은 웨이트훈련 등을 소화했으나 자신보다 덩치와 신장이 큰 사무엘손을 제압하기에는 힘에서 달렸다.
심권호 전 주택공사 코치는 "인섭이가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고 나온 것 같다.
또 심판 판정에도 민감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