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들의 표심을 잡아라”
재일교포 주주들이 모든 결정을 위임하겠다고 밝힌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14일로 확정됨에 따라 이사진의 표심을 잡기 위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사장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사회 안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신 사장의 해임문제가 상정될 것으로 전망돼 이사회에서의 표결이 ‘신한사태’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위성호 신한금융 부사장이 사외이사인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 리테일부문 본부장을 만나기 위해 홍콩으로 출국했다.
위 부사장은 아기니에 사외이사를 만나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배경을 설명하고 해임안에 대한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BNP파리바그룹은 신한금융의 지분 6.4%를 보유한 최대 단일 주주다.
라 회장 역시 이번 주말에 국내 사외이사들을 만나 관련 사항을 설명할 예정이다. 라 회장은 전날 ‘나고야 설명회’ 이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사전에 필요하면 (국내 사외이사들을) 만나겠다”며 이 같은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신 사장도 이사회를 대비한 준비에 돌입했다. 신 사장은 이번 주말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배임 및 횡령혐의에 대해 결백을 주장할 예정이다. 또 경영진 3명이 동반퇴진하고 중립적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사태를 수습하자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번 주말이 이사회 표결을 결정할 마지막 기회다.
신한지주의 정관에선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해임안을 통과시키려면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재일동포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는 물론, 사외이사 전원도 이사회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과반수를 채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이사회 규정에 따라 신 사장 본인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신 사장을 제외한 11명의 이사회 멤버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해임안은 통과된다.
신한지주측은 해임안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류 고문과 국내 사외이사 3명이 라 회장에게 우호적인 인사이기 때문에 라 회장과 이 행장의 표를 더하면 해임에 필요한 6표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표 대결에서의 열세를 예상하면서도 재일동포 사외이사 4명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전날 나고야 설명회에서 재일동포 주주들이 신 사장 해임에 반대했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계기로 중립지대에 있는 다른 사외이사들의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측이 표심을 잡기 위한 공세를 펴는 가운데 이번 ‘신한사태’의 향방을 결정할 사외이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실제 류시열 이사, 전성빈 이사, 윤계섭 이사, 김병일 이사 등은 “입장은 있지만 밝힐 수 없다”며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자제했다. 또 아기니에 이사는 기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해임안이 가결되면 신 사장은 사장 직위를 내놓아야 한다. 다만 이사직은 내년 3월 주주총회 전까지 유지되며 이사보수도 받을 수 있다. 반면 해임안이 부결되면 ‘신한사태’를 불러일으킨 라 회장과 이 행장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신한지주가 표 대결에서 구도에서는 우세하지만 이사회가 열리기 전 양측의 노력에 따라 반전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결국 상처 뿐인 승리이기 때문에 이사회 직전 극적 타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