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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골프매거진 류시환 기자] 좌우로 휘어지는 샷 때문에 고민인가. 스윙이 문제라면 도리가 없지만, 혹시라도 '내게 클럽이 적합하지 않은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있다면 이 페이지를 주목하라. 슬라이스와 훅을 방지하는 클럽헤드 디자인의 비밀이 공개된다. 최근 출시되는 드라이버의 광고문구 중 골퍼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있으니, 바로 '슬라이스와 훅 방지'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출발한 볼이 페어웨이를 벗어나기 일쑤인 비기너 골퍼들이여, 실제로 그 최신 드라이버 덕 좀 보셨는가. 한 라운드에 네다섯 번의 티샷 O.B.가 한두 번으로 줄어들어 만족했을 골퍼가 많을 것이다. 드라이버 하나 바꿨을 뿐인데 샷 방향성이 월등히 좋아진 이유가 무엇일까. 제품에 만족해 흥분한 골퍼에게 용품업체는 느긋한 웃음으로 말한다.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그렇다"고. 그 첨단 기술이 도대체 무엇인지 낱낱이 파헤쳐 보자. 슬라이스, 훅이 문제로다 방향성이 나쁘다면 둘 중 하나다. 많은 골퍼가 슬라이스와 훅 근심에 시달린다. 그래서 곧게 뻗어가는 드라이버샷을 원하는 골퍼를 위해 탄생한 것이 슬라이스 또는 훅 방지용 드라이버다. 이들 드라이버는 업체의 주장처럼 첨단 기술이 접목된 경우가 많다. 클럽 디자인의 비밀을 설명하기에 앞서 알아야 할 것은 왜 볼이 휘어지느냐이다. 이론상으로 슬라이스는 임팩트 순간 페이스가 열린 것이고, 훅은 반대의 경우다. 결과적으로 샷의 방향성에 따라 임팩트 때 페이스가 덜 열리고, 덜 닫히게 한다면 볼이 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 다시 말해 스퀘어클럽을 기준으로 슬라이스가 잦은 골퍼라면 페이스 앵글을 좀더 닫아주고, 훅이 잦다면 좀더 열어주면 해결된다. 이 이론에 근거해 탄생한 클럽이 여럿 있다. 슬라이스 방지, 훅 방지라고 하지만 특별한 기술 없이 그저 페이스앵글을 좀더 열고 닫았을 뿐인 제품이다. 어쩌면 업체들이 말하는 '첨단 기술'에서 '첨단'은 빼는 것이 맞을 듯한 기술이다. 어찌됐든 이 단순한 기술이 방향성 향상을 이뤄낸 것은 분명하고, 숱한 골퍼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한 용품업체관계자의 말이다. "슬라이스와 훅을 방지하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것은 페이스앵글 조절이다. 슬라이스가 난다면 페이스앵글을 닫아주고, 훅이 난다면 열어주면 되는 아주 쉬운 방법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클럽 중 일부는 특별한 기능 없이 이러한 페이스앵글 조절을 통해 슬라이스와 훅을 방지하는 드라이버라고 홍보한다. 첨단 기술력을 동원해 제작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첨단은 아닌 것 같다." '첨단' 기술은 분명히 있다 물론 업체들의 주장처럼 첨단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앵글 변화 없이 스퀘어 상태에서 방향성을 잡아주는 클럽이 많이 있다. 이들이 채택한 기술은 무게중심 이동과 관성모멘트(MOI) 향상을 위한 디자인이다. 또한 적절한 페이스 롤(곡면)을 채택하고 있고, 일부 업체는 로프트와 페이스앵글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기술에 '첨 단'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첨단 기술 중 먼저 설명할 것은 무게중심의 이동과 재배치이다. 페이스앵글을 임팩트 순간에 스퀘어로 만드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헤드 부분별 소재를 달리해 토와 힐 무게에 차이를 두거나 일정한 무게의 웨이트를 장착하는 것이다. 슬라이스 방지용은 힐에 더 많은 무게를 배치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토가 빨리 돌아가게 하고, 훅 방지용은 반대로 늦게 돌아가게 한다. 원리는 다르지만 임팩트 순간 페이스앵글을 스퀘어로 만드는 것으로, 인위적인 페이스앵글 조절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슬라이스와 훅 둘 중 하나만 해소해주기 때문에 모든 골퍼에게 유용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슬라이스 방지는 던롭 더 젝시오, 더 젝시오 레보가 있고 훅 방지는 핑 i15 등이 있다. 헤드 모양을 통해 관용성, 즉 관성모멘트를 향상시킨 제품도 있다. 헤드는 임팩트 순간(스위트스폿에 맞지 않았을 때) 볼의 저항에 의해 밀리게 된다. 헤드가 밀려서 틀어지면 방향성이 흐트러지고, 특히 볼에 사이드스핀이 걸리면서 슬라이스 또는 훅으로 이어진다. 페이스 중심을 벗어난 임팩트에도 헤드의 뒤틀림을 최소화한다면 사이드스핀을 억제해 볼의 직진성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근거해 출시된 대표적인 클럽이 사각드라이버다. 헤드 좌우 무게편차가 일정해 저항에 의한 뒤틀림을 줄일 수 있어 뛰어난 방향성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사각헤드 드라이버는 나이키 SQ 스모2와 SQ 다이모, 캘러웨이 FT-iQ 등이다. 비단 사각헤드만 관용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원형헤드에서도 이러한 기능을 찾을 수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원형헤드가 과거의 원형헤드와 모양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원형인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힐과 토가 페이스 후방으로 나란히 뻗어 있다. 이후 곡선을 그리며 원형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 비해 헤드가 후방으로 길어진 제품이 많다. 클리브랜드의 하이보어 XLS 몬스터, 모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원형이라고 해서 관용성 향상을 위한 기술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헤드 모양은 전통적이지만 관용성이 뛰어나다면 헤드 내부에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헤드 내부의 힐과 토에 일정한 무게의 패드를 붙인 경우가 있다. 또한 패드를 붙이지 않더라도 두께 조절을 통해 무게를 배분하기도 한다. 이는 양쪽으로 무게가 분포하면서 헤드 뒤틀림을 최소화한 기술이다. 코브라 S 9·1이 대표적이다. 페이스 롤에도 비밀이 있다. 페이스는 평탄하지 않고 곡선으로 볼록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을 골퍼 대부분이 알 것이다. 일반적으로 페이스의 롤은 스위트스폿을 정점으로 힐과 토로 곡선을 그리고 있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롤에 어떤 기능이 숨어 있을까. 스위트스폿에 임팩트되지 않고 주변에 맞았을 때 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앞서 설명했듯이 볼이 힐과 토에 치우쳐 임팩트되면 사이드스핀이 걸린다. 따라서 빗맞았을 때 스핀량을 줄일 수 있다면 슬라이스와 훅의 정도가 심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롤이 바로 그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볼이 토 쪽으로 치우쳐 맞았을 때 헤드가 오른쪽으로 밀리게 되면 볼은 왼쪽으로 스핀이 걸려 훅이 발생한다. 흔히 말하는 기어효과다. 하지만 토를 향할수록 페이스 굴곡이 깊어져 볼에 마찰력이 줄어든다. 평탄한 페이스가 더 큰 마찰력을 만든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특히 롤이 기어효과를 역이용해 반대 스핀을 만들어 볼을 곧게 날아가게 한다. 페이스 내부 두께에도 비밀이 있다. 새롭게 출시된 제품 설명서를 보면 헤드 내부, 특히 페이스 두께를 비교한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페이스는 'X'자형 또는 비슷한 형태로 부분별로 두께가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다. 힐과 토, 크라운과 솔로 이동할수록 페이스가 얇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스 두께는 샷거리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만 방향성에도 관여한다. 임팩트 순간 페이스는 안으로 휘고 볼을 감쌌다가 튕겨내는 반발력을 갖는다. 페이스가 얇을수록 더 많이 휘고, 높은 반발력을 갖는다. 샷거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얇은 페이스가 볼과의 마찰 충격을 흡수해 헤드의 뒤틀림을 줄여주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이드스핀을 억제해 샷거리와 방향성 향상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것이다. 방향성 향상 기술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페이스앵글과 로프트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다. 바로 나이키골프 SQ 다이모 스트레이트핏과 테일러메이드 R9이다. 두 제품은 비슷한 원리로 드라이버샷 방향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골퍼는 샷에 따라 헤드와 샤프트를 분리해 원하는 스펙으로 조절할 수 있다. 때에 따라 분리와 조립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번거롭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방향성을 적절하게 맞춰주는 것에 불만을 표시할 골퍼는 없을 것이다. 한 용품업체 관계자는 "올해 출시된 드라이버 대부분이 방향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채택하고 있다"며 "무게중심을 페이스 좌우로 배치해 관용성을 향상시킨 것과 사이드스핀을 줄이는 최적의 롤 찾기, 기어효과, 때에 따라 헤드와 샤프트를 분리해 로프트와 페이스앵글을 조절하는 기능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