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쇠고기 추가협의 내용보면…
최대쟁점 '30개월 이상 수입 문제는' 빠져"광우병 발생땐 美와 통상분쟁도 감수" 의지 불구"국민불안 못씻어" 시민단체등 여전히 재협상 촉구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정부가 추가 협의 결과를 토대로 미국과의 통상분쟁까지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 파문을 진정시키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번에 미국 측과 명문화에 합의한 내용이 그 자체만으로는 광우병 발생시 미 쇠고기 수입 즉각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할 계획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지난 8일 총리 담화문에서 이미 발표한 내용인데다 "30개월령 이상 미국 소의 수입도 백지화해야 한다"는 등 미 쇠고기 안전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져 정부의 노력이 미 쇠고기 파문을 진화할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추가 협의 내용 및 배경=한미 양국은 추가 협의를 통해 두 가지를 외교서한으로 명문화했다. 첫째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와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라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타결된 한미 쇠고기 합의문은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수입중단을 취하기 어려워 검역주권을 내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GATT 20조 등이 명문화되면서 정부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중단을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일반적 내용을 담은 이들 조항이 미국 측의 광우병 발생에 대해 즉각적인 수입중단 조치를 허용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면 역학조사 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라도 수입중단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이라며 "(논란이 되면) 분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통상분쟁은 과거에도 있어왔다"며 통상분쟁을 각오하더라도 즉각 미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양국은 또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과 관련해 미국이 내수용과 수출용 쇠고기에 대해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로써 척추의 횡돌기ㆍ측돌기, '천추 정중천공능선(소 엉덩이 부분 등뼈의 일부)' 등도 기존 합의문과 달리 수입이 금지되는 SRM에 추가됐다. 이 부위들은 식품의약국(FDA) 등 미 내부 규정에 SRM으로 포함돼 있으나 기존 수입조건에서는 수입금지 품목에서 빠져 논란이 됐다.
◇정부, 국민 눈높이 맞출 수 있을까=지난 15일부터 닷새간 진행된 추가 협의 의제는 그러나 한미 양국이 합의한 이들 두 가지 내용뿐이다. 이밖에 야권이나 시민단체 등이 재협상을 요구하며 강조했던 30개월령 이상 미 쇠고기 수입 반대, 미국의 사료조치 강화 등은 추가 협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체결된 쇠고기 합의문은 손도 대지 못하고 단지 외교서한으로 보완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미 쇠고기 파동의 최대 쟁점인 30개월령 이상 미국 소의 수입에 대해 정부는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나오거나 미국 측이 일본ㆍ대만 등과의 협상에서 우리보다 약화된 수입조건을 체결할 때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부처 협의를 거쳐 조만간 미 쇠고기 고시를 단행할 계획이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는 추가 협의 결과로는 국민 불안과 우려를 씻을 수 없다며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