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터진 지 일주일로 접어들었지만 경기전망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다. 특히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라크군 및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장기전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6일 `이라크전 발발과 업종별 동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단기전 가능성이 크지만 속단하긴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세계경제는 걸프전 당시와 비교해 훨씬 취약한 상태라 달러화 강세나 주가급등을 기대하기 어렵고 전쟁비용이 급증하면 미국경제의 부담이 곧 세계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전에도 경기낙관 못해=북핵 문제가 복병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국제수지 개선, 수출증가 등에 힘입어 연간 4~5%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종전 후 미국이 대북 강경책으로 나가면 한반도 긴장은 곧 국가신인도로 직결될 것”라고 지적했다. 유가도 떨어지는 추세지만 안심할 수 없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지금까지의 유가상승엔 이라크 전쟁 프리미엄 뿐만 아니라 원유재고 부족,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이 불안요인도 작용했다”며 “전쟁이 일찍 끝나도 원유시장 수급 불균형이 조기에 해소되긴 어렵고 오히려 원유시설 피해가 확산되면 고유가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는 더욱 어렵다. 최악의 경우 유가급등, 물가상승,경상수지 악화,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지면서 세계경제가 동반침체 할 수 있다.
◇석유화학ㆍ섬유산업 가장 큰 타격=단기전으로 끝난다면 유가상승과 운임인상 등으로 다소 차질이 생기겠지만 전쟁의 충격은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부진해지면서 대부분의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특히 원가유지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석유화학, 합섬, 자동차산업과 소비심리와 함께 위축될 섬유, 유통, 가전산업 등은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업의 경우 내수는 PC와 휴대폰 보급률이 포화 상태라 큰 폭의 성장이 어렵고 수출에서도 주력상품의 경쟁이 치열해 급성장이 어렵다.
보고서는 반도체의 경우 마이크론, 인피니온, 하이닉스 등이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상당 수 업체의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는 2분기 이후 수출은 회복되겠지만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석유화학은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시장에서 한국제품의 점유율이 떨어지며 업계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업 역시 수주감소 등으로 호조세가 꺾인 추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경기부양책으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조기집행 하더라도 건설경기는 다소 침체될 것으로 전망됐다. 섬유는 의류에 대한 소비심리 냉각과 중동과 미주지역에 대한 수출감소로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내수ㆍ투자위축 막아야=이라크 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세계 경제ㆍ정치의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대북정책과 SK글로벌 사건, 가계부채 후유증이 전후에도 계속되는 만큼 불안심리를 조기차단 할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수요진작과 정부재정의 조기집행을 통해 실물경기 위축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 임태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거액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첨단분야에 대한 기업지원을 확대하고 특소세 인하, 경유차 판매 조기허용, 휴대폰 보조금 부활 등을 통해 실물경기 위축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균,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