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쇼핑센터'는'성공적인 유통업'과 거의 동의어로 쓰였다. 크면 클수록 좋았다. 그러나 새로운 유통업체들은 쇼핑센터에 그다지 흥미가 없다. 그들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가게를 짓고, 몇 개의 점포들로 구성된'미니 몰'을 꾸렸다. 독일 할인점'알디'는 취급품목을 줄이고 어떤 가정이라도 늘 구입해야 하는 것들로 제품을 진열했다.
전통적인 상인들에게 서비스라는 것은 개별고객을 개인적으로 돌봐주는 판매원을 의미한다. 그러나 새로운 유통업체들에게 서비스는 고객들이 물건을 산 후 가능한 한 빨리 가게를 나오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일이 고객을 따라다니며 찾는 물건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 역시 판매원을 만나러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유럽의 한 할인 슈퍼마켓은 계산대가 없어도 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고객이 어떤 물건을 구입할지 결정하면 자신의 신용카드를 선반 위에 있는 감식기에 집어 넣는다. 손수레도 없다. 구매한 것은 자동으로 포장되고, 가게 문을 나설 때쯤 이미 포장돼 있다. 고객이 할 일은 신용카드 전표에 서명하고 물품을 확인하는 것뿐이다.
시장은 변화한다. 이에 발맞춰 경영 방식 역시 다양한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책은'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1909~2005)가'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쓴 25개의 논문과 두 개의 인터뷰를 토대로 엮었다.
때로는 경영자의 선택이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기도 한다. 드러커는'경영자가 무엇을 결정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경영·정보 중심 조직·경제·사회 네 가지 틀 안에서 조언한다.
1부'경영'에서 드러커는 경영자가'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기보다'이미 일어난 것들'의 영향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영자는 종종'앞으로 더 잘할 거야, 이 일을 하면 앞으로 잘될 거야'라고 되뇌지만 세계에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보 중심'조직 운영도 중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인 만큼 정보를 잘 운영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성패를 결정한다. 경영자는'내가 어떠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어디서 그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등을 정확히 알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과 시스템을 꾸려야 한다.
글로벌 경제의 권력 중심을 새로운 시장과 신 산업에 어떻게 이동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한다. 드러커는"이제 새로운 시장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쓰던 용어인 제품도 서비스도 아닌 것을 취급하는 시장"이라며 "시장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바뀐 사회에서'지식'의 역할도 재조명했다. 이제 산업은 높은 수준의 지식을 필요로 하고 있고 정규적 교육과 이론적 지식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2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