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세월호 트라우마 극복하려면

이병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PTSD클리닉 교수


세월호 사고로 누구보다도 정신적 충격이 크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사람은 이번 사고 피해자와 가족들이다. 하지만 사고를 직접 겪지 않는 일반 국민들도 연일 계속되는 세월호 관련 '슬픈 소식'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형 사고를 반복해서 겪는 동안 사회가 바뀌지 않았다는 실망감, 언젠가는 나와 내 가족에게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하거나 불안해하는 정서적 장애가 나타나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평소 우울증이나 불안증세가 있던 분이 세월호 관련 뉴스를 접하고 증상이 심해져 외래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힘든 부분은 사고 원인이나 실종자의 생사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데 있다. 이런 부분들이 명확히 밝혀지면 그 내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구조되지 못했고 사고 관련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런 내용을 확인하려고 자꾸 언론 기사를 접하게 된다. 또 구조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희망적인 소식을 접할 수 있을까 해서 TV를 켜놓고 생활하는 분들도 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뉴스에 너무 몰입하지 말아야 한다. 미디어 접촉이 지나칠 경우 정신건강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고 소식을 지속적으로 접하다 보면 기분이 가라앉고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고처럼 인명피해가 많고 구조작업이 오래 걸릴수록 국민이 받는 정신적인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린 아이나 노약자, 성격이 예민한 사람은 사고 소식을 전하는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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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일수록 평소와 같은 생활리듬을 유지하고 하루에 최소 3~4시간 이상은 사고 소식을 접하거나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고로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공원을 산책하거나 독서를 하는 등 시선을 돌리는 것이 도움을 준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분노·불안감·죄책감 등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런 감정들은 정상이다. 이런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이런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고 사고와 관련된 생각에 몰입돼 너무 고통스럽거나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국가나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많은 국민들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많은 학교에서 계획했던 수학여행을 취소했고 등교한 자녀에게 수시로 전화해 안부를 묻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세월호 사고와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상시대응기관을 설치해야 한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피해자들을 모아서 상담하고 모두 흩어져 버린다. 그러다 보니 상담치료에 대한 노하우도 축적되지 않고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재난대응의 한 부분으로 PTSD를 포함시켜 정부 차원의 일관적 대응이나 관련 자료 축적이 필요하다.

모든 국민이 기적의 생환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각자가 마음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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