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중 FTA와 벤처협력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주요국들이 사모펀드ㆍ벤처캐피털을 통해 유망 벤처기업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느라 분주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창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 중인 중국과의 협력을 통한 벤처 시장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일부는 "중국이 사회주의와 국영기업 중심으로 벤처 시장이 크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은 장사 기질과 도전적 베팅 문화가 강하다. 지난 30년간의 고속성장도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이 이끌었다고 할 만큼 글로벌 벤처 시장에서 달리는 호랑이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의 벤처기업은 43만여개, 벤처캐피털은 2,200여개로 우리나라보다 각각 16배, 20배 많다. 벤처펀드 투자 규모도 지난해 28조원으로 1조4,000억원인 한국의 20배다. 특히 우리는 정부 투자에 많이 의존하지만 중국은 연기금ㆍ기업ㆍ국부펀드 등 투자자가 다양하다. 중국에 있는 해외 벤처캐피털만 500여개나 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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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투자 수익률이 높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투자한 회사가 선전거래소의 중소기업판 또는 창업판에 상장했을 때 투자 수익률은 투자금액의 평균 7~8배다. 많아야 3~4배인 우리나라와 편차가 크다. 둘째는 '과감한 글로벌 전략'이다.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해서 초기부터 해외 유수의 벤처캐피털을 유치하고 합작사를 유도했다. 때문에 해외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하는 돈의 규모가 전체의 70%에 달하고 인민폐 외에 달러 표시 투자도 활발하다. 셋째는 '투자 회수 수단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인수합병(M&A) 시장이 활발하지는 않다. 그러나 기업공개(IPO) 시장은 많다. 상하이와 선전거래소뿐만 아니라 홍콩, 미국의 나스닥, 싱가포르의 사스닥시장도 IPO가 가능하다. 선전거래소에는 벤처기업 전용 시장인 중소기업판과 창업판까지 마련돼 있다. 결국 중국은 투자 생태계가 활발해 투자에서 회수, 재투자까지 선순환이 가능한 구조지만 우리나라는 코스닥시장 IPO 외에는 뚜렷한 회수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두 나라 벤처캐피털이 합작해 역량 있고 믿을만한 공동 펀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 힘든 제품이 중국에선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공동 펀드를 조성해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한 후 중국 기업을 통해 중국에 팔면 된다. 우리의 한발 앞선 기술과 중국 자본을 연계해 거대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둘째, 두 나라의 법과 시장 관행이 달라 벤처캐피털 간 협력이 어려울 경우 양국 정부가 양해각서(MOU)를 맺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두 회사 간 신뢰 구축과 공동 사업 협력에 탄력이 붙는다. 끝으로 중국도 새 정부 들어 시장 개방과 벤처 창업을 강조하는 만큼 양국의 엔젤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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