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기업에 쏠린 한국 경제 노키아 이후 핀란드 보라

삼성과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에 대한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과도해지면서 노키아 몰락으로 고통받았던 핀란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비등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한참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하고 나면서부터다. 급기야 10일에는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까지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심화하는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닌 게 아니라 두 기업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을 정도로 심한 쏠림을 보이는 것이 우리 경제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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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현대차 두 그룹의 매출액은 2012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과 단순 비교하면 35% 수준에 이른다. 2008년 비중이 23%였던 데 비하면 4년 사이 12%포인트나 높아진 셈이다. 두 그룹이 국내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가 넘는다. 지금 우리 경제의 모습이 영락없이 노키아 몰락 이전의 핀란드 경제와 닮은꼴이다. 노키아는 1998∼2007년 핀란드 수출액 중 20%, 전체 세수의 23%를 담당할 정도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했다. 준비 없이 맞은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경제에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2009년 이후 핀란드 경제성장률은 갑작스러운 수출과 내수침체로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핀란드의 전례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영원한 1등은 없을 뿐더러 잠깐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는다. 삼성과 현대차의 지속성장은 혁신뿐이다. 아울러 정부는 쏠림의 후유증을 줄이도록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생태계를 중소중견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환골탈태 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지옥문 앞까지 갔던 핀란드 경제도 노키아의 공백을 메우려는 정책적 노력에 힘입어 이젠 새 살이 돋고 있다. 앵그리버드 돌풍을 위시한 창업열풍은 벤처기업과 기술인을 우대하는 정책의 힘이었다. 삼성과 현대차 이후의 경제를 하루라도 일찍, 그리고 철저히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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