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외화내빈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는 점이다. 2011년 하반기 대형 증권사들은 최대 1조원이 넘는 증자를 어렵게 마쳤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대출이나 헤지펀드시장에 진출해 투자은행(IB)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국회가 개정안을 가로막으면서 이 모든 것을 수포로 만들었고 증권사들은 돈만 많은 지역증권사로 남게 됐다.
덩치만 큰 증권사는 국내 자본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신규 사업과 해외시장 진출통로를 잃고 국내 기업공개(IPO)ㆍ회사채시장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곳곳에서 덤핑 경쟁을 벌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대형 인수합병(M&A)과 IPO 물량이 외국계 투자은행들에 넘어가버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소관 위원회인 정무위는 청산결제소(CCP)와 개정상법 관련내용을 담은 개정안만 겨우 법사위로 넘겼을 뿐 정작 핵심인 대형IB 육성은 외면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정상궤도에서 이탈해 글로벌IB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해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목적은 단순히 대형IB를 키우는 데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금융투자 역량을 육성해 해외IB와 외국인들에게 넘어간 시장의 자주권을 되찾자는 것이 진짜 이유다. 우리가 개정안 통과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에서라도 개정안을 통과시켜 금융 안방을 되찾는 데 힘을 보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