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의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팔고서도 이에 대한 공시를 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량매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코스모씨앤티ㆍ옌트ㆍ자네트시스템 등 8개 기업 최대주주 등이 장내에서 지분을 대량으로 팔고도 공시를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주주 명부 폐쇄 후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대량 매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지만, 공식적으로 제재를 받거나 뒤늦게 공시를 한 최대주주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코스모씨앤티의 경우 지난 1월 중순 2,000원대에 있던 주가가 2월초 1,000원대로 하락한 후 1,500원까지 반등했다가 다시 600원대로 급락했다. 회사측은 실적악화와 교통홍보전광판 수주 문제 등을 주가급락의 주요이유로 꼽았지만, 지난 18일 주주명부 확인 결과 최대주주인 문성일 대표가 119만주(11.1%)의 대량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 퇴출된 올에버의 고순종 대표도 주식을 모두 매각했지만, 이 사실은 퇴출이 결정되기 직전인 3월10일에서야 알려졌다. 하이퍼정보와 C&H캐피탈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개인의 의무(1년 이하 징역 혹은 500만원 이하 벌금)이기 때문에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어 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창수 금융감독원 지분업무팀장은 “미신고한 사안을 일일이 정리하지도 않고 대외적으로 밝히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코스닥 기업의 운영주체인 최대주주와 대표이사에 대한 불성실공시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 등에서는 회사와 최대주주ㆍ대표를 동급으로 분류하고, 이들의 공시 불이행에 대해서 막대한 과징금은 물론 거래정지ㆍ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며 “최대주주가 주식을 몰래 매각한 후 적발돼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최대주주의 지분변동 공시는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됐다”고 지적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