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21일] 콩 심는 기술교육에서 팥 나랴

최근 불어닥친 아이폰과 영화 '아바타' 열풍은 우리나라의 생산ㆍ기능적ㆍ하드웨어적 기술 중심의 패러다임에 심각한 도전장을 던졌다. 우리나라 기술이 창의성과 재미, 스토리, 소프트웨어, 사회적 네트워킹 등 지성과 감성의 패러다임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음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당황해 하고 있다. 정부도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제도 등 이 분야의 대가를 속성코스로 양성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같은 영웅은 어릴 때부터 창의적이며 재미있고 도전적으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 속에서 나올 수 있다. 빌 게이츠는 중학교 때부터 학교 컴퓨터를 이용해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었고 스티브 잡스는 고등학교 때 휴렛팩커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컴퓨터 수리에 재미를 붙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 공상소설에 매료됐고 고등학교 때는 아버지 카메라를 빌려 직접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현세대의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이들 모두 학교와 가정에서 당시 최고, 최신 제품을 만지며 재미있게 기술을 익혔지만 3인 모두 대학 중퇴자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초ㆍ중ㆍ고교 기술교육 현장을 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기술은 독립과목도 아닌 가정과목에 더부살이 하는 형편이고 기술교사 75%가 비전공자이며 가정교사가 기술까지 함께 가르치는 형편이다. 기술과목은 수개의 선택과목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 대학입시 현실에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기술교사는 학생 규율 담당으로서의 역할이 더 큰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실습실 환경도 열악하고 주입식ㆍ암기식ㆍ설명식으로 배우는 기술에 대해 고학년이 될수록 흥미를 잃어버린다. '기술' 하면 때 묻은 작업복을 입은 기능공을 주로 연상하며 창의력ㆍ상상력은 발육 장애를 앓고 있다. 이제 초ㆍ등ㆍ고교 기술교육부터 살려야 한다. 기술과목이 독립되고 우대받게 하며 실습실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공대 입시에 필수과목 수준 정도로 격상돼야 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지난 1월 중학교 1학년용 기술교재인 '테크놀로지의 세계Ⅰ'를 발간한 것도 이런 취지다. 사회적으로도 아파트 단지에 공작실습장이 설치되고 다양한 분야의 산업기술박물관이 곳곳에 건립되는 등 가족과 함께 기술을 배우고 체험하는 토양이 기름지도록 해야 한다. 팥 심는 기술교육에서는 콩 같은 기술 제품이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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